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에고(Ego)가 소음이다

장백산-1 2020. 10. 27. 15:26

에고(Ego)가 소음이다   / 릴라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말을 한다.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하늘은 파랗고 나뭇잎은 여전히 
노란 잎새를 살랑거리고 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아무 일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불편한 마음이 일어난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은 오토바이의 굉음뿐만 아니다. 사람이 
다투는 소리일 수 있고, 전화기 저편의 가까운 사람의 말소리일 수도 있다.

똑같은 소리인데, 우리는 바람이 살포시 불어와 나뭇잎이 떠는 소리에는 불편함을 못 느낀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는 마음이 불편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에는 여전히 소리가 
나고 사라지고 있는데 마음은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내 귀를 거스르게 하는 오토바이의 소리, 사람이 
원망하는 소리, 멸시하는 소리에는 마음이 움직인다.

세상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단지 바람소리, 천둥소리, 사람의 말소리 때문이 
아니다. 소리라는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일어나는 소리에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이 개입되고 
그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이 내가 바라는 마음과 어긋나면서 세상이 시끄러운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왜 저 사람은 저런 식으로 말을 해서 나를 괴롭히나, 왜 저 사람은 상식 없이 쩝쩝거리나, 왜 저 사람은 
자기만 생각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가. 사람들은 세상과 다툴 때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을 느낀다. 
일어나는 현상 그대로 아무런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없이 현상을 경험할 때, 세상은 시끄럽지 않다.

원래 세상은 전혀 시끄럽지 않고 고요하다. 적멸(寂滅)하다. 소리가 나도 고요하고 적멸(寂滅)고, 움직
여도 고요하고 적멸(寂滅)하고, 말을 해도 고요하고 적멸(寂滅)하다. 그러나 일어나는 현상에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이 개입되고, 취하고 버리는 조작이 들어가면서 내면과 세상은 충돌하고 세상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전혀 시끄럽지 않다. 세상은 아무 의도 없이 아무런 판단 없이 인연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나를 괴롭히려고 그런 모습,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 그런 모습 그런 
현상이라는 행운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 모습 그런 현상은 아무런 의도나 판단 없이 인연(因緣)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데 그런 모습 그런 현상을 자기의 바램, 기대, 기준에 따라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해서 취사선택을 하면서 부터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세상이 점점 고요해지고 적멸(寂滅)한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은 세상이 고요해져
서가 아니라 내 생각에 따라 세상을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해서 취사선택하는 마음의 조작이 쉬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어나는 인연에 항의하거나 문제 제기하거나 남 탓이나 자기 탓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음이 남아있다.

세상에 대한 판단은 일찌감치 아주 많이 사라졌더라도 깨달음, 법, 마음공부에 대한 소음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색이 곧 공이다. 색과 공 사이에는 틈이 없다. 색과 공이 둘이 
아닌 하나이다. 이 모든 것이 진실이다. 시간과 공간도 이 속의 일이다. 모든 것이 마음 하나이다. 모양 
없는 것이 마음 하나, 도(道)이다. 행복이 불행이고 불행이 행복이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다.
괴로움이 곧 진리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도이다. 이것을 떠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소음이다. 이것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것이 둘을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어떤 생각도 없다. 어떤 감정 상태도 아니다. 지금 여기에는 투쟁이 없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속삭임도 없다. 지금 이런 말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미세한 분별이고 그럴
듯한 속삭임이고 에고(Ego)의 목소리이다. 에고(Ego)의 목소리 이것이 이원성(二元性)의 소음이다.
이원성은 시끄럽다. 어떤 소음이 일어나면 그것을 말하는 자아가 있는 것이다.

본래 적멸이다. 모든 것이 다 있으나 아무 소음이 없다. 아무것도 없는 채로 보고, 듣고, 느끼고, 안다. 
이것이 전부이다. 이뿐이다. 어떠한 틈새 없이 모든 경험을 다한다. 틈새가 있으면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
하고 저항하며 선택하는 내가 있다. 에고가 소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