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모든 일이 끝장났다(만사휴/萬事休)

장백산-1 2020. 12. 8. 13:59

모든 일이  끝장났다(만사휴/萬事休)   - - 몽지&릴라

 
중국에서 발생했던 황소의 난으로 당나라가 멸망한 후 중국은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5개의 왕조와 화중· 화남 지방을 중심으로 10개의 정권이 잇따라 나타났다. 50여 년 동안 이어진 이 분열과 혼란의 시기를 오대십국 시대라고 부른다.

이 중 형남(荊南)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형남은 형남 절도사였던 고계흥이 세운 나라이다. 형남은 4대 약 40년에 걸쳐 섬기는 나라가 망할 때마다 새로 들어선 나라를 섬겨 가면서 명맥을 유지했다. 개조인 고계흥은 후량의 태조 주전충에 의해 절도사로 임명되었으므로 후량을 섬겼다. 2대 고종회는 후당을, 3대 고보융은 후주를, 마지막인 4대 고보욱은 송(宋)을 섬기다가 송에게 망해 흡수되고 말았다.

4대 고보욱은 아버지 고종회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안하무인이었으며 음란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고보욱을 아버지 고종회는 몹시도 사랑했다. 고종회는 업무를 보다가 불같이 화를 내는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신하들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모두 좌불안석이었고,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보욱만 보이면 고종회가 화를 풀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으니, 곤경에 처해 있던 신하들 입장에서는 고보욱이 구세주였다.

그래서 신하들은 이런 상황을 ‘만사휴(萬事休)’, 즉 ‘사람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모든 상황이 끝난 것’으로 여겼다. 그런 고보욱이 형 고보융의 어린 아들 대신 정권을 잡자 정세는 갈수록 악화되었고, 결국 수개월 후에는 나라를 잃고 말았다. 고보욱의 등장은 나라까지 끝장나게 만드는 ‘만사휴(萬事休)’였던 것이다. 여기서 ‘만사휴(萬事休)’가 결국은 ‘끝장’을 예고하는 말이 되어, 모든 일이 끝장났다, 다 글렀다는 뜻의 ‘만사휴의(萬事休矣)가 유래했다.

마음공부를 하여 마음자리에 밝아지게 되면 모든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휴식이 찾아온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삶의 불안과 불만족 때문에 끝없이 밖으로 무언가를 추구해왔다. 지금의 불행한 삶을 만회해 줄 무언가를 향해 쉬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추구하고 방황해왔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자기 마음에 밝지 못해서 행한 허망한 헛수고였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 쉬게 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지금 이 텅 빈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별 망상 번뇌라는 그림자들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고, 안개와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환상과 같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같은 사실에 어두웠을 때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따로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서 그것들을 얻으려 하고 버리려고 하고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마음의 빛이라는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으니 하나하나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일어나도 그만, 일어나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다. 모든 일이 끝장났다. 만사휴(萬事休)이다. 추구가 끝나고 방황이 끝났다.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음에 담아둘 일이 아무것도 없다. 볼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다. 시간이 끊겼고, 길이 사라졌으며, 존재가 없다. 모든 일이 끝장났다. 만사휴, 또는 만사휴의는 이 삶, 이 세상의 본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