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생각
끝이 없는 넓은 세계와 나와 남이 털 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의 과거 현재 미래인 고금의 처음과 끝이 지금
이 순간의 생각에서 떠나있지 않다.
無邊刹境自他 不隔於豪端 十世古今始終 不離於當念
무변찰경자타 불격어호단 십세고금시종 불이어당념
『선요, 고봉 원묘 화상』
사람들이 사는 삶의 현장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이다. 시간과공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짜여 있고
또 순간순간 짜 나가는 것이 삶이다. 그런데 순간순간 짜 나가는 그것이 하나하나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혼연일체(混然一體)다. 끝이 없이 드넓은 온 우주공간의 모든 것이 먼지 한 톨에
다 담겨 있으면서, 또한 낱낱이 독립하여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성질을 잘 지니고 있다.
혼연일체면서 각각이고 각각이면서 또한 혼연일체다. 하나하나의 존재가 모두 그러하다. 시간도 역시
그러하다.
당념(當念)이란 절대현재, 즉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의 한 가지 생각이다. 그 한 가지 생각에
무한한 과거와 무한한 미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일초를 배어버려도 전체 시간이 성립될 수 없고
존재할 수 없다. 그러면서 또한 매초 매초의 시간들이 독립하여 질서정연하게 끝없는 세월을 잘 진행
하고 있다.
모든 공간도 모든 시간도 혼연히 일체면서 또한 낱낱이 따로따로 독립하여 질서정연이 운행하고 있다.
마치 수천만 개의 다이아몬드를 꿰어서 거대한 그물을 만들었을 때 각각의 다이아몬드에는 서로서로
비치고 비춰주는 것과 같다. 이것 속에 저것이 있고 저것 속에 이것이 있다. 그래서 서로 서로 스며들어
있어서 분리할래야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이 그와 같이 섭입(攝入)되어 있다.
이것이 화엄경의 중중성(重重性)과 무진성(無盡性)을 표현한 가르침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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