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고? - 몽지와 릴라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내가 글을 읽고 있다. 지금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지금 내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만약 지금 내가 이런 저런 대상들을 경험하고, 알고, 느끼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렇게 여기는 것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만약 앞에 예를 든 일들, 아니면 그와 유사한 일들을 내가 경험하고, 알고, 느끼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아주 큰 착각(錯覺)이다.
나는 어떤 일도 경험을 할 수 없다. 나는 글을 읽을 수도 없고, 차를 마실 수도 없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이 사실은 객관적(客觀的)이지도 않고, 고정적(固定的)이지도 않고, 불변(不變)의 진실(眞實)도 아니다. 비가 따로 있지 않고 하늘이 따로 있지 않다. 내도 따로 있지 않고 무엇도 따로 있지 않다. 이런 단어와 문장, 문장의 의미와 그 외 모든 일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이 텅~빈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만약 위에서 표현한 단어와 문장, 문장의 의미와 그 외 모든 일들이 객관적이고 고정적이고 불변의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와 신념과 경험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같은 모든 분별과 고정관념들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현실이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찰나적으로 순간적으로 일어난 언어와 생각의 장난에 빠져있는 것이다. 말과 생각이라는 이 모든 규정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상을 못 보게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크게 실수하고 있다. 나는 크게 착각하고 있다. 아니 이런 말도 믿을 필요가 없다. 이런저런 언어적인 규정이 모두 착각(錯覺)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도 관념이고 규정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사물, 사건, 사고, 느낌 감정, 생각 이미지,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인식 분별심 분별의식이 홀연히 일어나고 홀연히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다
사람들의 생각도, 감각도, 감정도 분별(分別)을 하는 의식(意識)일 뿐이다. 사물, 사건, 사고, 느낌 감정, 생각 이미지,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인식 분별심 분별의식이 홀연히 일어나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는 무엇이라고 할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신통방통하게도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나와 나의 일과 나의 경험과 세상과 세상의 모든 일들이 드러나고 사라지고 있다.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내가 비가 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내가 냄새를 맡고 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체(實體)가 없는 이런 저런 사물, 사건, 사고, 느낌 감정, 생각 이미지, 욕망 욕구 충동 의지 의도, 인식 분별심 분별의식들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그림자처럼, 꿈처럼, 물거품 처럼, 허깨비 처럼 드러나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다. 여기 마지막 문장도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이 문장도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져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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