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감정팔이 하지 말고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감정이나 생각을 탁 끊어버려라.

장백산-1 2021. 4. 6. 16:44

감정팔이 하지 말고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감정이나 생각을 탁 끊어버려라.    <법륜스님>

▒ 질문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과거의 안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 그 원인을 살펴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하면서 다루어 보려고 하는데 이것 또다른 번뇌 망상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 답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이 현재 일어나는 감정이나 생각의 바탕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어떤 사람은 격렬하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슬퍼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웃어 넘기고 하는데 이런 다양한 반응은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는 바탕인 업식(業識, 까르마)이 사람들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람들마다 제각각 다른 업식(業識, 까르마)을 이해하면 감정이나 생각이 별로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내가 뭘 좋아한다고 해서 좋아한다는 감정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게 못 돼요. 감정은 그냥 자동(自動)으로 일어나는 반응(反應)입니다. 그래서 어떤 걸 좋아해야 한다거나, 뭘 싫어하면 안 된다거나 분별(分別)을 하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그 대상(對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다 싫다'는 분별(分別)이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좋은 감정에도 들뜨지 않고, 나쁜 감정에도 괴롭지 않은 중도(中道)의 경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밤에 자다가 강도에 쫓기는 꿈을 꿔도.. 눈 뜨고 일어나 "꿈이네~" 하면 악몽은 "아, 헛 것이이었네~ 속을 뻔 했네!"하고 끝나버립니다.  눈 뜨는 즉시 놓아버리는 방법..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곧바로 본질(本質)로 들어가는 것, 이것이 선(禪)입니다. 이런 길이 하나 있고, 강도에 쫒기는 꿈을 자주 꾸면 그 꿈을 면밀하게 분석해서..가령 어렸을 때 받은 트라우마 때문이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이런 길도 있습니다. 요즘 정신과 치료의 대부분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修行)'은 이렇게 분석하고 위로하고 정신과 치료받는 이런 거 안 해요. 이미 지나간 것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체 의미 부여를 안 합니다. 돼지 꿈이든 강도에 쫒기는 꿈이든.. 꿈은 다 그냥 꿈일 뿐 아무것도 아닙니다. 꿈을 해몽해서 뭐 좋다 나쁘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명상 중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라도 일체 의미부여 하지 말고  "다 꿈이다" 라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냥 딱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만 현실이다, 이것만 사실이다. 이것 말고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게 수행(修行)입니다. 명상을 하면 온갖 감정이나 생각이 떠오르는데, 아무리 좋은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라도 설령 석가모니 부처님 말씀이 떠오르고, 스님의 법문이 떠올라와도 일체 의미부여를 안 하는 겁니다.

"왜 나는 나쁜 감정이나 생각 일어날까?" 해서 분석해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적어도 '수행'이라고 하면 그냥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머리 속에서 영상(映像)이 늘 돌아가지만 이렇게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탁 끊어버리는 겁니다. 옛날에 입은 상처 떠올리고 괴로워하고, 또 떠올리고 하소연하고, 괜찮다가 또 생각하고 울고 이렇게 감정에 휩싸이면 아무런 이익도 없이 그저 감정팔이에 불과합니다.

아무 이익도 없는 감정팔이 놀음은 마치 저녁에 술 먹고 아침에 후회하고, 또 저녁에 술 먹고 아침에 후회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것과 같은데, 수행(修行)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녁에 술 먹고 다음 날 괴로우면, 아침에 한두 번 후회하고 "아, 바보 같은 짓이구나!"  실수 한두 번에 "아, 이거 이로울 게 없구나, 나한테 손해구나!" 하고 술을 끊어버리든지, 아니면 "두 잔 이상은 안 돼!" 딱 결단을 내리든지 그래야 합니다.

해마다 백중 때 부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면, 계속 반복해서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럴까?"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분석을 해서 "아 내 마음에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하고 치유를 하든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 내가 또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얼른 알아차려서 얼른 호흡을 알아차리든지, 화두를 챙기든지, 정신을 차려 바로 돌아오는 방법, 뭐 복잡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이 "감정이나 생각이 꿈이구나!" 곧바로 알아차리고 곧바로 놓아버리는 방법, 이렇게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탁 끊어버리는 게 제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