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 또 낮추어
달은 수줍음을 타는 듯 자주 구름 속에 숨는다.
수행하는 사람도 달처럼 수줍어 하며 마음을 낮추고 겸손하라.
남이 이익을 얻거나 공덕을 지을 때 그것을 시기하지 말고 자신의 일처럼 칭찬하고 기뻐하라.
자기를 높여 뽐내지 말고 남을 깔보고 업신여기지 말라.
[잡아함경(雜阿含經)]
무아(無我)의 이치를 체득하고, 연기(緣起)의 이치를 체득하면,
더 이상 내세울 ‘나’라는 것이 없고, 더 이상 뽐낼 '나'라는 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나’라고 여기는 아상(我相)이 큰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뽐내려고 하고,
내세우려 하고, 상대를 업신여기며 얕잡아 보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음, 무지의 소산이다.
밝게 깨친 사람은 ‘나’라고 여기는 아상(我相)을 내세우지 않는다.
내가 곧 세상이고, 내가 곧 온 우주와 둘이 아닌 하나임을 알기 때문이며,
다시말해 ‘나 없음’의 진리, 무아(無我)의 이치를 알기 때문에 ‘나’라고 여기는 아상(我相)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우린 진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나’라고 착각하는 아상(我相)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짐으로써,
또 타인이 성취한 일을 나의 일처럼 칭찬하고 기뻐함으로써 진리에 다가갈 수 있으며,
그 길이 바로 참으로 나를 되찾는 길이고, 진정한 나를 깨닫는 길이다.
나를 드러내려 하지 말고, 뽐내려 하지 말고, 한없이 낮추고 또 낮추라. 하심(下心)하라.
나라고 여기는 아상, 즉 내가 없어질 때 까지 낮추고 또 낮추라. 하심(下心)하라.
나라고 여기는 아상을 완전히 낮추어 이 세상 모든 것을 한없이 드높이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짐승 한 마리, 모든 사람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높지 않음이 없게 하라.
완전히 낮추어 법계가 환히 드높아 질 때 그 때 낮출 나도 사라지고 높일 상대도 사라진다.
낮추고 또 낮추어 완전히 낮아졌을 때, 높고 낮음이 없는 무변의 하심이 있을 때
그 때 낮출 내가 사라지고 텅~빈 충만, 진리는 활연히 드러날 것이다.
- - 법상스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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