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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삶 vs 지금 이대로인 삶

장백산-1 2021. 12. 22. 16:18

원하는 삶 vs 지금 이대로인 삶  - -  법상스님

우리 삶은 매순간순간 2가지가 서로 갈등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2가지 중에 첫번째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현실'입니다. 이에 맞서는 두번째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현실'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추구심(무엇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첫번째인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현실'은 연기법(緣起法)이 화신으로 드러난 진실로 실상입니다. 이에 맞서는 두번째는 나의 추구심이며, 내 생각이고, 내 분별심이며, 내가 원(願)하는 것, 즉 내 생각 망상 분별입니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끝끝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의 현실'은 마음에 안 들어하면서,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현실이 다르게 바뀌었으면 좋겠어'라는 자기 생각 속의 계획을 세워놓고는 그 계획대로 안 된다고 불평을 하면서 세상을 원망합니다. 이렇게 자기 생각 속에서 만들어 놓은 추구심, 원하는 것들은 물론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 아닙니다.

 

이 세상은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내 인생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삶이란 무수히 많은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인연(因緣)들이 연기적(緣起的)으로 얽히고 섥혀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연기즉무아(緣起卽無我)'라는 말이 있는데요, 연기법의 세계란 곧 '내가 없다'라는 말의 다른 말입니다. 연기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에 '나'라고 하는 실체는 없습니다. 내가 잘나서 내 인생을 이만큼 만들어왔고, 성공적으로 살아왔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같은 주장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이 우주 전체가 내 인생에 무한(無限)한 연기적인 중중무진의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뿐인 것입니다. '나'라고 여기는 것들, 즉 내 돈, 내 명예, 내 지위, 내 권력, 내 사회적 영향력, 내 학력, 내 신체, 내 느낌, 내 생각, 내 욕망, 내 분별심 조차, 사실은 이 무수한 연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사실 무수한 연기의 일부분일 뿐인 것들에서 '나'라는 것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나'라고 여기는 것은 몸, 느낌, 생각, 의지, 의식(분별심)인 오온(5蘊)일 뿐이지만, 오온(5蘊)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이란 가르침처럼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내 인생이 펼쳐져야 해'하는 나의 추구심이 분별망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원하는대로 살고자'하면 괴롭게 사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삶은 내가 원하는대로 펼쳐져 주지 않거든요. 그대신 '삶이 원하는대로', '인생이 흘러가는대로', '연기법이 일어나고 사라지는대로' 살게 되면 어떨까요? 그같은 삶은 완전히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라는 진리에 내맡긴 삶입니다. 진리에 내맡긴 삶에는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