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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 그 자리에 평화가 깃든다.

장백산-1 2022. 3. 14. 14:06

평상심 그 자리에 평화가 깃든다.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버리고 평상심(平常心)으로 살면 평상심 그 자리에 참된 평화가 찾아든다.

 

상담을 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뵈면 보통 거의가 ‘난 이렇게 살아야 한다’, ‘난 이만큼은 이뤄야 한다’는 틀을 만들어 놓고서 자기가 만든 그 틀대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데 대한 괴로움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의 틀을 만들어놓고 목적을 정해 놓다 보니 그 틀과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괴로운 것은 당연하다. 욕심(欲心)과 집착(執着)이라는 아주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삶을 살다 보면 삶 자체가 무겁고 괴로워지기 마련이다.

 

‘나는 이만큼은 살아야 한다’는 그 틀을 놓아버리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특별한 일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임제 스님께서 말씀하기를 ‘불법(도, 깨달음, 진리)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다.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면 되는 것이 도(깨달음, 진리, 불법)이다. 어리석은 자는 내 말을 듣고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내가 한 말의 뜻을 안다’고 말씀하셨다.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깨닫겠다고 애쓰고, 돈 벌려고 애쓰고, 잘 살려고 애쓰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애씀 없이, 특별한 일 없이 그냥 그냥 물 흐르듯 평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불법에 이르는 길이다.

 

사실 우린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머리를 자꾸 굴리고, 분별하고, 따지고 하다보니 자연스런 삶의 흐름을 자꾸 놓치는 것일 뿐이다. 누구나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찾고, 졸리면 잠을 자게 마련 아닌가. 또 누구나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사랑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에 목을 맨다. 그렇게 사는 것이 턱 놓고 자유롭게 사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그냥 하고 살면 되는데 자꾸 분별을 짓고 욕심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데 있다. 추우면 옷을 입으면 되는데 ‘더 좋은 옷‘을 입으려 집착하고, 더울 땐 옷을 벗으면 되는데 아까워서 옷을 벗지 못하고는 더워죽겠다고 야단이다. 춥고 덥다는 것은 인연(因緣)을 말하는 것이다. 인연(因緣)따라 상황(狀況)따라 그때 그때 마땅히 응해 주면 되는데 춥고 덥다는 인연(因緣)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꼴이 되고 만다.

 

배고프면 음식을 먹으면 되는데 우리는 ‘더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애쓰고, ‘더 많이’ 먹으려고 애쓴다. 또 그것도 모자라 지금 배고프면 지금 배를 채우면 되는데 자꾸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축적하려 든다. 삶을 그냥 간단하게 살면 되는데 공연히 스스로 복잡하게 만든다.

 

인연과 상황에 대한 집착과 분별을 놓고 살면 언뜻 못 살 것 같고, 또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고, 이래저래 도통 안될 것 같지만 인연과 상황을 다 놓고 살았을 때 평상심일 때 평화(平和)가 찾아온다.

 

다 놓고 인연따라 그냥 살면, 애써 구하지 않고 특별함 없이 평상심으로 살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가 행복의 자리이고 깨달음의 자리이다. 그냥 들으면 이거 무슨 이야기 하는 건가 싶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어리석은 사람은 내가 한 말을  비웃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뜻을 안다고 하셨다. 그대는 알만 하신가요.


법상 스님  <법보신문/2004-03-03/7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