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어떻게 사나

장백산-1 2023. 4. 5. 15:29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어떻게 사나


스님의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스님께서는 방하착 하라고 하시는데 수행을 할 때 무엇이 어떻게 되려는 그 마음,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 '매일 절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놓아야하나요.


예,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어요. 불교를 공부하면서 생기기 쉬운 또 자칫하면 잘못 빠지기 쉬운 부분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불교를 '공(空)사상'이라고 하고, '무아(無我)'라고 하고, 방하착(放下着) 하라고 하니까 사람들은 또 그같은 말들에 빠져서 그같은 말들 거기에 집착을 하기 쉽습니다. 본래는 텅 빈 것이고 없는 것이니 다 놓아버리라고 하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의지도 갖지 말고, 수행도 하지 말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살라는 의미라고 잘못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불교의 본질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놓아버리라고 하는 이유는 돈,의지, 의욕, 욕망, 수행 등 그것이 집착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언제까지 영원히 항상하는 것도 아니요,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하착은 본래 공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온갖 것들에 걸려 집착하는 것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엇을 붙잡고자 하지만 잡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괴로움은 우리 앞을 큰 힘으로 가로 막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이든, 지식이든, 세상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잠시 나에게 온 것일 뿐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내 것’이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인연 따라 잠시 내게 온 것을 ‘내 것‘이라고 착각해서 꽉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합니다. 바로 ’내 것‘이라고 꽉 붙잡으려는 그 속에서, 그 아상 속에서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내 것’을 늘림으로 인해서는 ‘잡음’으로 인해서는 결코 행복과 자유와 진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도리어 그 동안 내가 얻고자 했던 붙잡고자 했던 그것을 놓음(방하착)으로써 행복, 자유, 진리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놓아버리라는 말은 다시 말하면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온전히 살라는 말과 같습니다. 붙잡고 살게 되면 지금 이 순간여기 이 자리를 100% 연소하면서 살 수 없습니다. 붙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 무겁고 버거워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가버린 과거에 집착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놓쳐버리고, 돈에 집착하고, 명예에 집착하고, 소유물에 집착하느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순수하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집착심을 완전히 놓아버리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순수하게 즐기며 온전히 살아가는 지혜가 생겨납니다. 집착할 것 붙잡을 것이 없으니 오직 그냥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순수하게 살기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땅히 마음을 내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도 내지 않고, 의지도 일으키지 않고, 삶을 생생하게 살지도 말라는 말이 아니라 마땅히 마음을 내고 살되, 일킨 마음 거기에 머물러 집착하지 말고 살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수행도 하고, 열심히 열심히 모든 것을 행하되, 그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행하라는 말이 '놓으라' '방하착하라'는 말의 본래 의미입니다. 놓고서 어떻게 행하냐고 하지만, 놓고 행해야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100% 순수하게 살수 있습니다. 놓고 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길을 자유롭게 만들며, 걸림 없게 만들어 줍니다.


법상스님 『 기도하면 누가 들어 주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