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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연기 중 4번재 지분 명색(名色)

장백산-1 2024. 10. 30. 13:56

12연기 중 4번재 지분  명색(名色)

 

식(識)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名色)이 있다. 식의 대상, 분별의 대상을 명색이라고 한다. 명(名)은 정신적인 작용을 색(色)은 물질적인 부분을 말한다. 즉 명색은 일체 모든 인식의 대상, ‘식(識)의 대상’을 말하는 것으로, 명은 ‘이름’이고, 색은 ‘모양, 형태’다.

 

자동차라는 물질은 ‘명과 색’으로 기억하고, 고백, 질투, 사랑 등의 정신적인 것은 ‘명[이름]’으로 기억한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모든 대상은 이처럼 명과 색으로 인식된다.

 

명색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명색은 외부에 있는 생생한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이 나에게로 와서 이름과 모양을 통해 내 식대로 인식되는 나의 ‘의식상태’를 말한다는 점이다. 대상이 나에게 와서 인식되려면 어떤 특정한 이름으로 기억되거나, 특정한 모양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대상에 대한  모든 인식은 자기 방식대로 왜곡되고 분별되어 인식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명 - 행 - 식’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인식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람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자기 업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왜곡하고, 분별하여 바라본 뒤에, 내 식대로 분별된 대상을 특정한 이름과 모양으로 즉, ‘명색’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명색은 진실한 것이 아니다.

 

사과라는 ‘이름(명)’과 사과라는 ‘모양(색)’으로 사과를 인식했을지라도 ‘사과’라는 명색에는 사과가 없다. ‘사과’라는 이름과 모양이 진짜 사과라면 배고플 때 ‘사과’, ‘사과’라고 말만 해도 배가 불러야 하겠지만, 사과라는 말만 들어서는 배가 부를 리가 없다. 이처럼 ‘사과’라는 명색에는 사과가 없다. 그저 사과라는 대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의식으로 ‘모양과 이름’을 만들어서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명색은 허망하다.

 

그렇기에 명색을 멸해야 한다. 대상 그 자체를 소멸시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내 안에 명색으로 인식되어진 허망한 의식을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명색을 실체라고 생각하면, 그러한 실체적인 대상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이나 아파트나 자동차라는 명색을 실체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돈, 더 좋은 아파트, 더 좋은 자동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색이 비실체적이며 무상하고 무아인줄 안다면, 그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잡아함경』 298경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명은 수 · 상 · 행 · 식을 말하며, 색은 지 · 수 · 화 · 풍 사대와 사대로 이루어진 물질을 말한다. 즉, 오온(五蘊)을 물질(색)과 정신(명)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음에 나올 육입(六入)이라는 주관적 감각기관의 객관적 대상인 육경(六境)을 지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오온을 명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육경 또한 명색이기 때문이다.

 

오온도 명색이고, 육경도 명색이다. 앞에서 식의 대상을 명색이라 했듯, 의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다 명색이다. 식은 오온을 나로 인식하고, 마찬가지로 육근을 나의 감각으로 인식하며, 육경을 감각의 대상이라고 인식한다. 식은 오온도 인식하고 육경도 인식하는 것이다.

 

명색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면, 오온과 육경에도 집착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명색을 멸하게 된다면, 즉 대상을 실재 이름과 모양을 지닌 실체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마음이 소멸하게 된다면, 오온과 육경에 대한 집착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식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이 있다는 말은, 식이 있기 때문에 명색을 명색으로 인식함을 의미한다. 내 바깥에 이름과 모양을 가진 정신적, 물질적인 대상이 있을지라도 내 안에서 인식되지 않는다면  그 정신적 물질적 대상은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옆에 앉아 있는 여자 친구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 여자 친구는 이어폰을 한 채 노래를 듣느라 고백을 듣지 못했다면 그 여자 친구에게 내가 한 고백은 없는 것이다. 식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이 있는데, 그녀는 그 고백이라는 이름의 ‘명’을 인식하지 않았으므로, 즉 식이 없으므로 명도 없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