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신상태는... 계엄 당일, 국민들은 운이 좋았을 뿐
[손우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
ⓒ 유성호 |
변수는 곳곳에서 터졌다. 공수부대 특임여단의 국회 진입이 공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 허가가 늦어지면서 지체됐고, 국회 통제를 지시했던 경찰은 소통 착오로 국회의원과 보좌관 진입을 30여 분 동안 허용했다. 이 사이 계엄 해제를 위한 정족수를 채울 의원들이 집결할 수 있었고, 보좌진들은 반란군 진입을 지체시킬 수 있었다.
1979년 12.12사태 때 동원된 군인들처럼 대공 사건에 투입되는 줄 알았던 군인들은, 민첩하고 과감하게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모여든 시민들의 저항으로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러 예측 못 한 변수와 혼란스러운 명령체계, 그리고 국민의 저항으로 인해, 친위 쿠데타는 2시간 반 만에 실질적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만일 국회 봉쇄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혼란으로 30분간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을 들여보내지 않았다면, 군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상부의 명령을 수행해 본회의장에 더 빨리 진입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40명의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공수부대가 본회의장을 뚫고 의원들을 연행해 미리 준비해 놨다는 과천 수감 장소에 수감했다면, 12월 4일 이후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과거 비상계엄을 주도한 이들이 그랬듯,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을 것이다.
우리는, 아주 운이 좋았을 뿐이다.
대통령의 정신상태
이번 비상계엄은 누가 봐도 반헌법적이며 불법적인 행태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국회 봉쇄와 같은 행위가 계엄 상황에서도 불법임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에 나타난 저주의 언어들은 논리적 비약과 망상에 가득 차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을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외쳤다.
계엄 포고령 1호에는 '처단'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처단의 사전적 의미는 죄과에 따라 처분한다는 것이지만, 영어 'kill'의 번역어로도 종종 사용되듯 살해, 제거의 의미로도 쓰인다. 이 표현은 전두환 신군부가 주도한 계엄 포고에서도 발견된다.
게다가 야당만이 아니라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쿠데타군의 체포 대상이었으며, 국회 점령을 시도한 군인보다 더 많은 군인이 선관위 점령에 투입됐다. 선관위 투입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한 지난 총선 부정선거 의혹의 증거를 확인하려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실들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논리적 비약과 망상에 가까운 확신이 극우 유튜버의 논리와 사고방식에 포획된 결과라는 것을 말해준다. 아직도 50년대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극소수 극우세력의 정신상태가 대통령을 지배하고 있다. 그에게는 야당만이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여당 대표마저도 척결과 처단의 대상이었다.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 의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런 국민의힘을 살린 건 한동훈 대표다. 사실 한동훈 대표를 따라 본회의에 참가한 18명이 없었어도 계엄 해제 요구안은 통과되었다. 그러나 계엄선포가 불법이며 위헌임을 앞장서서 선언하고 원내대표의 교란에도 18명의 의원을 본회의에 참여시킨 한동훈 대표의 판단 때문에, 국민의힘은 비난의 화살에서 어느 정도 비켜설 수 있었다.
한동훈 대표는 6일 오전, 쿠데타 실패 직후 탄핵 반대 입장에서 급선회해 사실상 탄핵 동참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힘 다수는 극우적 정신상태에 포위된 대통령의 결사옹위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지금 국면에서 대한민국 보수의 진정한 위기는 다음 정권을 민주당에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극우 유튜버의 사고방식, 기만과 거짓의 정치행태가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합리적 보수가 살려면, 아슬아슬한 탄핵 통과가 아니라 압도적인 탄핵 찬성으로, 윤석열식 보수와 단호한 결별이 필요하다. 만취한 운전사에게선, 핸들을 먼저 뺏어야 한다.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그것이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국가 운영의 핸들을 빼앗아야 한다.
탄핵 표결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격렬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겠지만, 냉정하게 볼 일이다. 지금 보수의 판단에 따라 탄핵 이후 정국의 역할이 좌우될 것이다. 내란의 동조자가 될 것인가, 보수의 새판이라도 모색해 볼 것인가가 탄핵 투표에 대한 입장으로 정리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합리적 보수는 범죄자 윤석열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살 길이 열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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