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불래 6

도(道)는 닦아나가는 것이 아니다.

도(道)는 닦아나가는 것이 아니다. 도(道)는 닦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확인하는 것이다. 깨달음(覺)은 새롭게 만들 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이미 완전무결하게 주어진 것이다.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새로 만들어 낸 것은 그것을 유지 관리하는 노력이 없으면 반드시 어느 땐가 사라지고 말지만, 있고 없음을 초월한 자리에 본래부터 있는 성품은 영원히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법상스님의 중에서

지금 여기엔 생겨난 것도 없고 사라진 것도 없다

지금 여기엔 생겨난 것도 없고 사라진 것도 없다 - - 몽지와 릴라 눈앞에 펼쳐진 책의 글자를 보고 있다. 까만 글자들이 눈으로 들어오고 그 문자를 읽으면서 뜻도 알아진다. 눈은 글자를 따라가고, 글자는 의미를 드러내고, 의미를 따라 생각이 일어난다. 생각이 일어나는 이 경험을 그대로 보면 마치 허공에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 같고 바람이 불어왔다 사라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글자는 읽히고, 뜻은 알아지고, 생각은 얼개를 이루며 일어나 올라온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은 머물러 있지도 않을 뿐더러 붙잡을 수도 없다. ​글자를 보는 나 자신도 찰나지간도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가 미처 내 눈에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쉬지 않고 순간 순간 변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어제의 나와 ..

단 한순간도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은?

단 한순간도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이 방편상으로 사용하는 진리, 본성, 근본성품, 도(道), 법(法), 불(佛), 심(心), 순수의식, 청정심(淸淨心), 주인공, 본래의 나, 본래면목, 공적영지, 진공묘유 등등은 단 한순간도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들과 떨어져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마치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현존, 즉 현재를 잃어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나 미래 생각을 하면서 현재라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깜빡 놓칠 수는 있어도 그렇더라도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는 영원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慧觀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잘 죽는 것도 실력이다 요즘 들어 장례식장에 갈 일이 부쩍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80대 중반을 넘어선 부모님들은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진다. 몇 달 전 나 역시 병에 시달리던 시어머님을 저 세상으로 보내드렸다. 애잔했던 시어머니 인생을 떠올리며 슬픔에 목이 메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오래된 숙제를 꺼내들었다. 끝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그 답을 찾은 곳은 또 다른 장례식장이었다. 친구의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얘,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잘 죽는 것도 평소부터 쌓은 죽는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죽는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 노릇을 하셨어." 고인이 되신 친구의 아버님은 암으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