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4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이어령 선생님 - - 최재천 2006년 이화여대에 처음 둥지를 틀었을 때 일이다. 무슨 까닭인지 6개월이 지나도록 주문한 실험 기기가 들어오지 않아 연구를 시작할 수 없었다. 석좌교수라는 타이틀을 50대 초반 너무 이른 나이에 얻은 터라 행동거지를 각별히 조심하던참이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연구처장실을 찾았다. 자초지종을 보고하던 관재과장의 답변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이어령 교수님의 후임으로 오신 분이라 실험 기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공식 표명은 없었지만 학내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행사에서 이어령 선생님을 만났다. 이화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내 손을 꼭 쥐어 주셨다. 선생님은 인문학자이고 나는 과학자이지만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