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마음 5

경계(境界)는 아무 잘못이 없다.

경계(境界)는 아무 잘못이 없다. - 법상스님 경계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경계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텅 비어 있어 고요합니다. 경계는 여여(如如)하고 여법(如法)합니다. 그런 경계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경계에 잘못된 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분별심(分別心) 때문입니다. 경계에 집착해서 좋아함 싫어함이라는 휘둘리는 분별심 또한 내가 만들어낸 허깨비일 뿐, 경계는 본래 분별심에 휘둘리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맑은 하늘에 인연(因緣) 따라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듯 텅 비어 고요한 본래자리에서 인연(因緣) 따라 이런 저런 경계가 잠시 잠깐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좋은 경계 싫은 경계가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분별(無分別)의 경계가 꿈처럼 허깨비처럼 잠시 잠깐 일어..

달빛만 가득 싣고 빈 배로 돌아오다.

달빛만 가득 싣고 빈 배로 돌아오다. 천 자나 되는 긴 낚싯줄을 똑바로 강물 속으로 내리니 겨우 물결 하나 일어나는데 수많은 물결이 따라서 일어나네. 밤은 적막하게 고요하고 강물은 차가워서 물고기가 낚시를 물지 않으니 달빛만 가득 찬 텅 빈 배를 저어 돌아오도다. 千尺絲綸直下垂(천척사륜직하수) 一波纔動萬波隨(일파자동만파수) 夜靜水寒魚不食(야정수한어불식) 滿船空載月明歸(만선공재월명귀)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 ---------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창 밖에 희뿌연 안개가 끼어 시야가 흐리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가 일어나고,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가 일어나고..

12월의 독백

12월의 독백 / 오광수 달랑 남은 달력 한 장이 약한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비우자고 굳게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비워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무얼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워야만 채워지는 자연의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만도 하련만 한 치 앞도 못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단순한 충만감이 바로 극락세계다

단순한 충만감이 바로 극락세계다 - - 법정스님 단순함과 간소함은 다른 말로 침묵(沈默)의 세계, 텅~빈 공(空)의 세계,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같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무엇이든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마음을 텅 비워야 텅~빈 마음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사람들은 마음을 텅 비울 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마음을 텅 비워야 텅~빈 마음에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 생각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텅~빈 그 자리에서 진정으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마음을 텅 비웠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느 것에도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텅~비웠을 때의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세계, 즉 지극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