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데 정신없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잘 키워 보겠다며 아둥바둥거리며 사는 평범한 한 가정의 주부이고, 아내이며 한아이의 엄마로서 그냥 그렇게 TV앞에서만, 뉴스앞에서만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해듣다가,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촛불집회가자~"
"왜? 가고싶어? 여기서 거기가 어디라구~ 가는데만 2시간이 넘어. 차두 못 가지고 가구."
"그래? 가고깊어. 맨날 뉴스보며 욕하기두 싫구~ 우리 아들 커서 쇠고기 항쟁이란 역사를 기억하게 하구싶구,,,, 가는거 힘들겠지?"
잠시 말이 없던 신랑이 마감뉴스를 보며 말하더군요. "그래? 내일 자기 일끝나면 몇시야?" "나? 토요일이니깐 4시경?" "가자! 초사들고 종이컵 챙겨서 가자! 내가 열불이 나고, 화가나고 열통이 터져서 안되겠다. 우리 아들이 쇠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절대 못먹이지. 금쪽같은 내 새끼한테 절대 못먹이지. 내일 일끝나면 바로 가자!"
그렇게 저의 가족은 작은 배낭안에 작은 돗자리와 시원한 얼음물, 양초4개 종이컵을 챙겨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6시경 시청앞에 섰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뉴스로만 촛불시위를 접했던 우리아들이 묻습니다.
"엄마~ 우리 촛불집회가?" "응~" "근데 촛불집회가 뭐야?" "응~ 그건 촛불을 들고 기도하는거야~ " "기도?" "응~ 우리나라에 나쁜병에 걸린 소들이 들어온대~ 그래서 그 소가 들어오지 말고 안나픈 소가 많아지라고 사람들이 모여서 초를 들고 기도하는거야~" "아~ "
시청앞에 서자 저는 주눅이 들었어요. 정경차들이 시청광장을 에워싼 분위기가 사뭇 TV에서 보던거와는 상당히 달랐거든요. 마치 시민들이 시청광장안의 잔디밖으로는 나와서도 안돼고, 들어가서도 안된다는 무언의 경고 같았거든요.
잠시 주춤하는 저의 손을 잡고, 아들을 들쳐 안은 신랑이 이끄는 대로 시청안 잔디광장으로 들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10만명이 나온다더니, 사람이 그리 많지 않네..." 신랑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많지 않았어요. 어림잡아 3~4만명정도랄까~ "아냐~ 더 기다리면 10만명은 넘을껄~ 우리같이 게으른 사람들도 나왔는데~"
자리를 잡고 앉자 제곁에도 자리를 잡는사람과 저희가족 뒤로도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군요. 제 바로 옆에는 정말 가녀린 아줌마가 갓난아이를 포대에 들쳐안고 나왔는데 마음이 져렸습니다. 혼자서 이제 목을 간신히 가눈 100여일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나와 카드를 들고 동참하는 모습에 묘한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외면해온 제 자신에게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이러한 현실에 닥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부끄러움 아니였을까요?
7시가 넘어가자 촛불은 하나하나 켜져 머리위에서 빛을내고, 많은 시민들의 요구는 더 이상의 쇠고기 철회나 재 협상이 아니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자신들의 생각과 마을을 덮어버리는 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자꾸바뀌는 말에 대한 실망감이 고조에 달해 스스로 물러나라는 요구였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평온하게 집회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제 앞을 지나며 "쓰레기는 저를 주세요~" 라며 커다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자니더군요. 한 아저씨가 "학생이 고생이 많네~" 라고 하시자 그 여학생이 정말 예쁜 웃음으로 해맑게 말합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저는 대한민국이 좋아요!"
평소 밖에서 들으면 닭살이었으르 그 말이 거기서는 가슴을 울리는 말이였습니다. 정말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을 때 신랑이 제게 담요를 하나 건네더군요. "뭐야?" "몰라 저쪽에서 전달해 왔는데 아마 자기 옆에 아기엄마 주라는 것같은데?" 그 담요를 받아 옆에 아기엄마에게 "밤이 되니 추워져서 아기 덮으라고 전달해 온 것 같아요." 라며 전하자 아기엄마는 목까지 빨개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저희 보다 두어칸 앞에서도 대각선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아이엄마가 방긋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합니다. "아기가 추워요!" 아기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더군요.
그 곳에서는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공통점밖에 없고, 이유도 가지각색이였을 모임에 하나의 마음으로 초를 들은 국민이 아름다워 보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8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차더군요. 아이가 다리도 펴지 못하고 움직이기도 힘들어지자 집에가자고 칭얼대길래 주위를 둘러봤더니.... 세상에 이런장관이 없습니다. 떡~ 버티고 있던 정경차의 모습은 사라지고 하나둘 모인 촛불이 제 뒤로 끝없이 펼쳐져 있더군요.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도 많고 충분이 10만은 넘을 듯 했습니다.
잠시 앉아있다가 아이의 배고픔 하소연에 아쉽게 자리를 뜨기로 했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집어 가방에 넣고 빠져나오는 데만 한시간 가량 걸린듯 했습니다. 치하철 역에서는 저희와 같이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오는 가족의 행렬이 계속되었고, 노부부 부터 젊은 연인들, 학생들 모두들 지하철역에서 광장 출구를 찾더군요.
지하철 안에 앉아서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봤어? 아까 정경차들 다 빼서 청와대 가는 길만 쪼로록 막아놓은거?" "아~ 거기가 청와대 가는 방향이야?" "그래~ 야~ 얼마나 차를 바짝대놨는지 쥐박이 한마리 못지나가겠더라~" "ㅋㅋ 쥐박이~ 시민들 대단하더라~" "다음엔 자기랑 아들은 집에 있어! 난 혼자서라고 꼭 나와서 청와대 쳐들어 간다!" "그래~ 그래~ 담엔 나두 다시 와서 끝까지 버텨야지~"
이렇게 아쉬운, 짧은 촛불문화제를 다녀왔지만 분명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시간이였습니다. 사실 쇠고기 협상...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꼭 해야하는 거라면, 안하면 안되는거라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래이래해서 꼭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는것이니, 죄송한 마음으로 해야만 합니다...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아무리 무지하다 하더라도 '아~ 필요한 거 구나~' 하겠지만 마치 부시에게 선물 주 듯 줘버린 느낌에 화가나고, 국민들을 나쁘고 무지하고 한심한 세력으로 몰고가는것에 화가 나는 건데 거기다가 대운하며, 민영화라는 기름까지 붓고있으니 저 같은 아이엄마들이 추운 바람에 아이들 들쳐 안고 촛불들고 시위하는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은 기업이 아니기에 손해를 보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민의 터전을 꾸려나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기업은 실적이 안나면 부도가 나고 회생이 힘들지만, 대한 민국은 저희의 터전이기에 실적이나 이윤이 필요하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이득이나 이윤은 필요하겠지만 민영화라는 자체가 국민들때문에 나라가 손해보니깐 국민을 대상으로 장사하자~ 라고 밖에는 안 느껴지기에 현 정부가 싫습니다.
저는 다시 촛불집회에 나갈 거고, 반드시 제 아들에게 건전한 먹거리와, 물줄기도 토막나거나 망가지지 않은 아름다운 금수강산.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물려 주고 싶습니다.
그런 소박하고 절실한 마음에 두서없는 제 마음 올려 봅니다.
촛불은 시민 하나하나가 제 돈주고 제가 산 제 작은 소망을 담은 기도 였음을 현정부가 빨리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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