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노간지'를 만나다

장백산-1 2008. 6. 17. 14:23
'노간지'를 만나다
번호 120644 글쓴이 시간의상처(time) 조회 3603 등록일 2008-6-16 16:59 누리1054 톡톡1


'노간지'를 만나다
(서프라이즈 / 시간의상처 / 2008-6-16)


봉하마을의 '노간지'·'노공이산'으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던 언론과 국민의 시선, 그리고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로부터 쏟아져 나오던 이런저런 요구와 비난과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까닭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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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봉하마을에서는 유기농법의 하나인 '오리농법'을 위해 논에 오리를 풀어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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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그 어디에도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주장한 '아방궁'은 보이지 않았다. 2층짜리 신축 주택이 아방궁이라면, 수도권 신도시는 그 전체가 '아방궁 타운'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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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귀향 이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이 거듭될수록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알리는 도로표지판 아래에 한글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영어 표기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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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도착해서인지 작업(일종의 농촌봉사)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심었다는 '장군초(차의 일종)' 밭의 제초작업을 했다. 한 시간 반가량의 작업이 끝나고 새참을 겸한 '막걸리 타임'이 무르익을 무렵,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서 봉하마을 뒷산의 작업장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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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봉사자들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지지자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의 농담성 표현을 빌리자면 "먼 데서부터 일부러 와서 노동착취에 기꺼이 응하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잔뜩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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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이 무브온21의 운영자인 김만종 목사(우리예리)의 큰딸인 예리(14) 양으로부터 야생화 꽃다발을 받고 예리 양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예리 양은 어른들에게는 금지된 노 전 대통령과의 악수와 포옹을 하는 호사(?)를 누려, 여성 방문자들로부터 질투 어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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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작업장으로 올라가는 둔덕에 올라선 노 전 대통령은 잠시 방문자들을 둘러보고,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방문자들이 준비한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마시고 먹었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의 막걸리 주량은 종이컵 3잔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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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 전 대통령은 정치웹진 무브온21의 여성회원(일명 아짐당)이 준비한 홍어 무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무침을 준비한 이들을 불러 막걸리 한 잔씩을 따라줬다. 막걸리를 따르는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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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이후 100일이 지났다.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은 퇴임식 날의 '시원섭섭함'에 비해, 여유와 평안을 찾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는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아닌, 한 명의 봉하마을 주민으로 남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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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타임 이후 노 전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봉하마을 뒷산으로 이어진 산길을 걸었다. 사람 키 높이까지 자란 풀들과 밤나무숲을 지나 봉화산 중턱으로 이어진 그 길에서 이름 모를 풀꽃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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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뉴스에서 들리는 서울의 소식은 우울했다. 광화문의 촛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고,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모르쇠'다. 이대로 촛불이 꺼질 것인가, 계속적으로 타오를 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사람들은 충분히 지쳐 있었고, '완장들'도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올라오는 도로에는 화물연대 파업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운송트럭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16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단순 지지도는 12.1%로 나타났고, "그저 그렇다."라는 답변이 포함된 5점 척도 조사에서는 7.4%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첫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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