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논란의 본질은 국면전환용
- 치졸하고 야비한 술책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을 것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08-7-21)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에서 기록물 일체를 성남 기록관에 직접 반환하는 것으로 그 문제가 종결되고 수면 아래로 들어가리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아직도 이명박 정부의 구성원들에 대한 면면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 성남 기록관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사진까지 첨부하여 올렸던 기사 '사실은 - 청와대, 볼 것 다 보고 있었다'와 같은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아무래도 제 체질에 맞질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 오늘은 그 저변에 깔린 심층분석 칼럼으로 이번 '기록물 논란'의 본질을 짚어 보겠습니다.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논란 그 모두는 수단일 뿐
노 대통령 이전 역대 대통령에 있어서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문제'는 이슈거리도 되지 않았습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기록물들이 어디에 있든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국민이 그 자료가 필요하다 해도 줄 장본인들도 아니었지만, 아무리 수준 이하인 전두환, YS라 해도 그 기록물들을 외부로 팔아먹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하나는 예전 대통령들이 재임 중 정말 기록으로 남겼어야 할 중요한 정책적 사안에 대한 기록들을 임의로 파기해 버렸거나 아니면 자신의 거처로 이전하여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심지어 '그것은 관련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일'로 치부하며 면죄부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들이밀며 근거로 삼고 있는 법은 바로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이 발의하고 국회통과로 만들어진 법이며, 제정목적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임'으로 되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은 '(1) 이 법이 전임대통령의 자료가 잘 보관되고 활용되어 후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 (2) 지금까지 없던 이런 법을 만들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일도 많이 했다는 것 (3) 후임 정부 이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으로 오히려 전임의 발목을 잡는 웃지 못할 현실을 MB 정권이 연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MB 정권의 머리 없음은 바로 이런 데서 불거져 나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의의 목적으로 만든 법을 그대로 가져다가 악의적 목적으로 악용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누가 사형을 명하는지, 누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지, 누가 거짓 증언을 하고, 누가 손에 망치를 쥐었는지 그대로 오버랩되지 않습니까. 이후의 역사를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발등 찍기란 것이지요.
디지털에 압살당할 아날로그의 운명
처음부터 이 문제를 끄집어 낸 소위 '청와대 핵심관계자'와 그 떨거지들의 문제제기와 사고의 발상은 철저히 아날로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조를 절대 굽히지 않고 꿋꿋이 지금까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대단한 끈기이며 그 점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되지도 않은 단독 서버에 '해킹'을 들이밀면서부터 원본, 복사본, 백업본도 모자라 '원 모어 카피(One More Copy)'를 요구했던 그 기발한 착상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를 조금만, 아니 아주 기초 정도만 알아도 코웃음을 칠 수준의 말들이 대한민국 행정 수반이 있다는 곳에서 연일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21세기 한반도를 강타하는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물며 로그인, 해킹, 하드디스크, 서버… 등등의 단어들이 등장하면서 실체적 진실은 더욱 명확해지고 구체화되는데 그들의 말과 주장은 더욱 꼬이고 뒤틀리기만 합니다.
MB 주변의 대부분이 '디스크를 굽는다' 하면 연탄불에 굽는지 가스렌지로 굽는지 궁금해 할 수준이라는 우스갯소리에 우리는 그저 웃고 말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확인하며 우리는 이제 떨어야 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모르는 것은 국민 대부분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 그거 하나 믿고 절벽까지 달려가는 짓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거 무섭지 않습니까?
디지털 문서와 그를 활용한 행정업무처리에 생소한 아날로그 정권엔 종이로 대변되는 문서만이 행정기록수단의 전부로 인식되고 그 시대로 되돌아가자고 우기는 것이 비극입니다. 국정논의 시스템이 지난 10년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당시 임상경 청와대 기록비서관(현 성남 기록관장)이 지금처럼 망가지기 전 어느 인터뷰 대담에서 잘 설명하고 있더군요.
"참여정부에서 기록은 보존만이 아니라 활용되고 서비스돼야 하고 또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대통령기록 관리법을 만들게 되었고, 대통령기록관도 바로 그런 취지로 신설되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기록관리시스템이라는 것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종이기록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전자기록들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번 참여정부의 400여만 건이 넘는 대량의 기록물 중에 약 87% 정도에 해당하는 기록들이 전자 또는 디지털기록이다." (2008-3-14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MB 정권은 왜 이 문제에 목숨을 거는가 - 치졸함의 극치
이에 대한 해답을 간단히 구하려면 다음의 리트머스 시험지 한 장만 꺼내 들이대고 답을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질문 : [기록물 문제]가 [쇠고기+금강산+독도문제] 보다 더 중대한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림이 몇이나 될까요. 자, 그러면 해답이 나왔습니다. 누가 봐도 쇠고기+금강산+독도문제가 기록물 문제보다 더 중대한데 기록물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은 '기록물 문제를 이용해 쇠고기+금강산+독도문제를 덮어 보자는 의도' 외엔 다른 이유가 남지 않습니다. 고민할 게 뭐가 있습니까. 된장이 아니면 똥인 것이지요.
핵심관계자를 남발하는 동관식 잔대가리로 보면 1타3피처럼 보일 수 있는 전략인 셈입니다. 노 대통령에게는 도덕성 흠집을 내어 제물로 삼고, 내친김에 봉하마을, 노짱의 지지율, 봉하를 찾는 사람들, 아직도 곁을 지키는 참모진과 지지자들… 그 모두에게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목적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유일한 '껀수'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 MB와 측근들은 마루 밑으로 굴러들어온 뼈다귀를 절대로 놓지 않을 겁니다. 꽉 물고 늘어질 겁니다. 언제까지요? 그들의 이빨이 문드러져서 피가 날 때까지 일 겁니다.
사건의 재구성 - '봉하에서 성남까지'
애초 기록물 문제는 논의거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문제 삼을 수준도 아니어서 참여정부 측에서 기록물 복사 양해를 구해도 건성으로 대답하고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MB 주변 상황이 안 좋아지자 무언가 국민의 관심을 돌려놓을 제물이 필요했고 '기록물 아이템'을 떠올리게 된 겁니다. 위험부담을 알면서도 봉하마을 노짱께 도전장을 던진 거지요.
끝 모르게 바닥을 파는 MB의 지지율과는 정반대로 지지율 상한을 갱신하고 있는 노짱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겠습니까. 잔머리가 동원되고 그 점에 있어서 조중동과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았습니다. 게다가 금강산 문제로 북한과도 더 힘들어지고 독도문제는 MB에겐 치사량에 해당하니 더욱 더 제물이 필요했던 겁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비난과 마타도어를 하고 조중동은 연일 써댑니다. 그러다가 기록원에서 18일까지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반납하겠다고 하니 당황한 겁니다. 봉하로 내려가서 수령하지 않고 18일을 넘길 함정을 팝니다. 그게 하나 더 복사하라는 요구입니다. 일단 18일 넘겨야 비난의 집중포화를 날릴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목적은 '반환'이 아니라 '비난'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본은 이미 기록원에 있는 상황이고, 반환할 내용이 겨우 사본과 그 사본을 다시 백업한 백업본인데, 안전과 유실을 이유로 또 하나를 복사하라는 것은 광우병 걸린 소가 벌떡 일어나 백 미터 달리기할 이야기입니다. 임상경이란 사람이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합니다.
봉하 비서진이 만약 그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이틀이 더 걸리고 그러면 트랩에 빠진다는 판단에 거부합니다. 그러자 임상경과 일행은 수령을 거부하고 올라가버립니다. 봉하 비서진은 고민 끝에 직접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 반환키로 결정합니다. 절차나 위험부담을 모르지 않지만, 18일을 넘기기만을 기다리며 BH, 정부, 조중동이 준비해 뒀을 집중포화와 비난바가지를 생각하면 치가 떨렸을 겁니다.
막상 차량이 봉하마을을 출발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MB 측근들은 대혼란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애를 쓰지만 직접 반환하겠다고 차에 싣고 올라왔는데 그것을 받지 않고 돌려보내면 그들의 저급한 의도가 완전히 노출되므로 어쩔 수 없이 '나중에 트집 잡아 딴지걸기로 하고 일단 수령'하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선량한 국민들은 그것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겠지만, 목적이 다른 그들은 물었던 제물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의 시선이 쇠고기+북한+독도로 집중되는 것이 두려운 그들은 조금이라도 시선을 붙잡아 둘 또다른 제물을 허구로라도 만들어내려 할 것입니다. 무리가 무리를 부르는 형태, 그들의 전유물이 또 반복되는 것이지요.
조중동에 먹잇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뉴스거리를 계속 생산해야 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그들 스스로를 옭아 맬 무리수에 자충수가 되는 것이지요. 잠시 약발이야 받겠지만, 그들이 목적하는 바 달성하지도 못하고 결국 도끼로 자신의 발등 지대로 찍고 말 터인데, 문제는 마실 나왔다가 재수 없게 광견에 물리는 분이 생길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 독고탁
덧글 : 동네에 침 질질 흘리는 개가 돌아다니면 불안하시죠? 이제 우리도 하나씩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몽둥이를 말입니다.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닙니다. 비열함과 치졸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몰라서 그렇게 할까요. 아닙니다. 비열한 놈이 자신의 비열함을 더 잘 압니다. 그러면 무엇을 뜻할까요.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위해를 가하는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예고인 셈입니다. 준비합시다.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