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 띄우는 편지(129)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니다.-
백번을 생각해도 사람은 이렇게 죽는 게 아니다.
이 기 명(칼럼니스트)
“인명 희생이 빚어진 것에 대해선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이명박 대통령의 용산 철거민 참극에 대한 유감 발언이네. 그리고 대단한 국회의원들의 발언도 있지.
신지호(한나라당)
“(시위대에 포함된) 전국철거민연합이란 반 대한민국 단체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자행된 도심 테러”
“농성자 중에 누군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시너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사망 이유) 고의 방화도 배제할 수 없다”
“무단 점거된 건물 옥상에서 불길이 확 솟았는데 누가 왜 화염병을 던졌는지가 사고의 열쇠”
이인기(한나라당 의원)
“누군가 인질을 잡고 있다가 경찰이 들어오자마자 자폭하는 화약품을 터뜨려 다 죽었다면 누구 잘못인가? 어떻게 경찰에 책임을 묻냐. 다 죽자고 하는데”
이은재(한나라당 의원)
“정부를 흔들려는 극렬세력들의 불법시위를 옹호하는 것을 반복해선 안 된다”
김성조(한나라당 의원)
“성급한 진압이 아니라 불가피한 진압이다”
장제원(한나라당 의원)
“배후 세력에 의한 조직적이고도 치밀한 계획 하에서 이뤄진 폭력시위다”
느낌이 어떤가. 예상대로인가. 그러나 마음은 아프네. 그럼 야당의원들의 말을 들어 보지.
이회창(자유선진당)
“어렵고 힘들게 살아 온 한스러운 영혼들을 짓밟고 고층건물을 세운들 그것이 무슨 개발 성공이고 공공질서 회복의 성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도심 재개발 사업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재개발이란 말이냐”
최인기(민주당)
“6명이 죽었는데 무릎 꿇고 빌어도 시원찮은데, 정당하고 불가피한 진 압이라고 하느냐”
“안전하게 제압하든가 생명 잃지 않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버스 지나가는데 화염병을 던져서 그랬다면 차량을 우회시키거나 못 다니게 하는 게 기본 아닌가.”
김충조(민주당)
“예전엔 철거민 시위대들과 충분히 대화하는 노력을 했는데, 이번에 는 왜 25시간 만에 특공대를 투입했느냐”
최규식(민주당)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시민이 다치고 죽어야 과잉진압을 멈추겠느냐. 속도전 운운하는 정권의 조급함이 낳은 것이다.”
박 군.
세상사 마음대로 안 된다지만 왜 눈물도 마음대로 안 되나. 불이 어떻게 났던 사람은 죽었네. 농성자든 특공대든 몸이 타들어 오는 고통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자신이 죽는구나 하면서 한 생각은 무엇일까.
내가 큰 수술을 한 경험이 있네. 수술직전 의사가 아내에게 하는 얘길 얼핏 들었는데 비관적이야.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마취가 되는 짧은 순간에 살아 온 과거가 떠올랐네. 기가 막히게도 살아 온 과거가 모두 떠올랐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기억을 해 내다니. 참 나쁜 짓도 많이 했더군.
5층 망루 속, 불에 타는 고통 속에서 그들은 어땠을까. 다시 눈물이 흐르네. 그들의 고통이 눈물짓게 만드네. 과연 그들은 버림받아야 할 영혼인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잘못했기에 불에 타 숨져야 했는가. 특공대도 철거민도 말이네.
70의 할아버지 철거민과 31살의 특공경찰관은 서로 타도해야 할 적인가. 결코 적일 수가 없는 그들은 동지처럼 함께 불탔네.
지금 흐르는 눈물 속에서 분노가 치솟고 있네. 매 시간 방송되는 뉴스에서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은 비분강개하며 열을 올리는군. 신지호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읽어보게. 아주 찬찬히 말일세.
말 같지 않으니 무시하면 그만인가. 아니지. 신지호는 국회의원이야. 무시한다고 끝이 날 신분이 아니네. 국회의원이라니까. 국민의 대표야. 그래서 “반 대한민국 단체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자행된 도심테러”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는 것이네. 국민의 대표로서 말이지. 더 이상 말을 말지.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겁이 나서 그런다네.
뉴스에서 전하는 말이 있군.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를 조문하기 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순천향 병원을 찾았다가 유족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조문도 못한 체 발길을 돌렸다네. 왜 조문을 못했는지는 다 알 것이고 신지호를 비롯한 이은재 이인기 장재원 의원 등이 왔으면 어땠을까. 국민의 대표니 조문 좀 하면 안 되나.
조문을 왔다는 그들의 얼굴에서 국민은 무엇을 느꼈을까. 적어도 애정은 못 느끼겠지. 미친 개 한 마리가 몽둥이에 맞아죽어 거적에 덥혀 있어도 한 가닥 연민을 느끼는 게 사람이네. 왜 만물의 영장인가. 연민이 있기 때문이네.
문득 친구 녀석의 말이 기억나네. 딸애가 끔찍이도 귀여워하던 애완견이 늙어 병들어 죽었다네. 수명을 다 살고 떠난거야. 딸이 밥도 안 먹고 슬퍼 하드라네. 슬프겠지. 죽음은 그런 것이네.
빚내서 음식점 차리고 돈 좀 벌까 부풀었는데 대낮에 날벼락 격으로 엄동설한에 쫓겨나니 의원나리 같으면 나가시겠나. 못 나가. 죽더라도 못 나간다고 하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네. 유엔 규정에도 겨울에는 철거민을 내 쫓지 않도록 되어 있다네. 한국도 유엔회원국 맞지.
사람 사는 세상에는 경우가 있는거네. 도리가 있는거네. 무도한 놈이라는 게 얼마나 심한 욕인지 아나. 인간이길 포기한 것을 무도하다고 하는거지.
왜 요즘에는 무도한 인간들이 이리도 많을까. 순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네. 순리대로 살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네. 거짓이라는 게 다 들어났지만 뉴 타운인지 재개발인지 사기극으로 금배지 단 의원들도 있지만 그 때문에 가슴에 피멍든 국민들 하나 둘이 아니라네.
용역회사에서 동원한 폭력배들의 온갖 행패에 속수무책인 뉴 타운 재 개발 주민들은 그들의 행패를 당국에 신고해도 경찰과 구청은 뒷짐이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눈물로 집을 떠난다네.
말세가 따로 있는 것인가. 깊은 밤중에 돌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고 손님을 가장하고 음식점에 들어와 행패를 부려 장사를 못하게 해도 하소할 곳도 없다네. 이럴 때 필요한 게 경찰 아닌가. 관청 아닌가. 그러나 이미 포기를 했고 남은 것은 악 뿐이지. 악이 나면 죽는 게 무서운가.
그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검은 뒷거래가 오가는가. 눈 뜨고 귀 달린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네. 과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법을 믿지 못하는 국민들은 자신만을 믿을 수밖에 없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용산 철거민 참사네. 죽으라고 한 것이네.
민심이 심상치 않네.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는 잘난 경찰이나 검찰이나 조중동이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러나 개꼬리 3년 묻어놔도 황모 안 된다는 속담처럼 조중동이야 변할 리 없네. 다만 아무리 비틀고 왜곡을 해도 국민은 진실을 안다는 것이네. 해를 가릴 수 있겠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왕따를 당하고 있네.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에 책임부터 물어야 된다는 발언 등 당과 엇박자를 놓기 때문이지. 할 말 하면 뒷전으로 밀리는 한나라당도 보통 문제가 아니군.
분별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침묵할 수 없는 요즘 한나라당에 대해 충고를 하는 것은 당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것이네. 원희룡도 입을 열지 않았나.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정의 리더십이 없으면 아무리 작은 저항도 이런 극단적 악재로 돌발할 수 있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자꾸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부분을 우려하며 당에서 의원이 입각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설득이 중요하다"
"전철연 같은 전문적 저항집단도 개입하고 있지만 정부는 생존이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이 나올 때는 형식적으로 법을 어긴 게 있더라도 근본적인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 의지만 내세우면 제2, 제3의 용산 사태가 나올 수 있다"
"안전대책을 충분히 세우지 않고 진압해 사망사태가 생긴만큼 지휘라인 책임자는 즉각 문책해야 한다"
자네도 소설가 조세희를 알지. 좋은 작가지. 30년 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래 100만부 이상이 팔린 영원한 베스트셀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가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네.
"30년 전에는 경찰도 철거반원도 인간성은 있었다. 그러나 어제 진압작전을 보면서 그런 것마저 없어진 것 같았다"
"진압방법이 더욱 잔인하고 야만적으로 변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동족을 괴롭혀 선진국이 된 예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희생자 중에 형제나 친구나 있었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잠자리가 편했을까"
"우리 시대 어느 아이 하나가 배고파 우는데 그것을 놔두는 것도 폭력이다. 어제 어마어마한 폭력이 가해졌는데도 그것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또다시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보려고 하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세계에는 1300여 인종이 살고 200여 개 국가가 있다. 그중에서 이렇게 뻔하고 피해갈 수 있는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국가가 어디 있나. 이미 어제 소식이 전 세계를 몇 바퀴나 돌았을 것이다. 어제의 미개하고 야만적인 불행이.
“작년에 말했다. 오늘날 한국에서 행복해 하는 자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라고. 지금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한국이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이 고생하고 있나. 비정규직 850만, 농민 300만이 있다. 지금까지 버텨온 건 착취의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 오는가. 터져 버릴 것만 같네.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을 맞이하네. 전국의 여론이 모여드는 고향의 설날, 전국에서 모인 일가친척들은 무슨 소리를 전할 것인가. 용산에서 철거민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얘기들을 하겠지. 왜 철거민이 그렇게 죽어야 하는지 서로 물어보겠지.
이건 분명히 아니라고. 저렇게 사람이 죽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말 하겠지. 다시는 저런 참극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하겠지.
이 소리를 대통령이 들어야 하네.
한겨레신문에 실리는 만평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네. 볼 때 마다 늘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이 있네. 대통령 얼굴에 귀가 안 보여.
무슨 이유일까.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네.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소통 말이네. 들어야 알지.
국민의 명절인 설이 끝나고 전국 곳곳에서 국민들이 직장으로 돌아오는 날, 그 때는 모두가 희망을 얘기해야지.
희망이 없으면 남는 것은 절망이네. 누가 희망을 주는가. 누가 절망을 주는가. 우리 모두 함께 찾아야 하네.
1월 22일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