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잘한 정책

97년 당시, 나는 안기부 2급 관리 대상 이었다.

장백산-1 2009. 2. 4. 21:12

97년 당시, 나는 안기부의 2급 관리 대상이었다
번호 16387 글쓴이 봉하머슴 조회 3684 등록일 2009-2-4 06:59 누리1316 톡톡3


97년 당시, 나는 안기부의 2급 관리 대상이었다
(서프라이즈 / 봉하머슴 / 2009-02-04)


97년 대선이 있던 해, 나는 필명을 공개하면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하이텔 플라자의 대표적 논객 중의 하나였다. 역사적 대선이 있기 전날 나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불과 30분 만에 눈물을 훔치며 DJ지지를 호소하는 격문의 글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그 글은 당시 4대 통신망의 게시판을 모조리 도배하는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해 놓은 그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쓴 글임에도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는 아무리 내가 애를 써도 뛰어넘기 어려운 내공을 지닌 뛰어난 논객들이 활약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따라서 간헐적인 글쓰기 외에는 사실상 눈팅족으로 고수 논객들로부터 한 수 배우기에 급급한 나일 뿐이다. 더구나 머나먼 이국 땅에 와 있는 처지라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97년 당시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 당시 나는 상당히 높은 직위에 있던 어떤 검사 한 분과 절친한 사이였다. 대선을 두어 달 앞둔 어느 날, 그분이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주변을 살피며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선생님, 제가 몰래 확인해 보았는데, 선생님은 지금 안기부의 2급 감시 대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확실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좀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 잡혀갈 수 있으니까요.”


안기부 2급 감시 대상...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가 내게 붙여준 딱지였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토록 극렬했던 386 격동의 시기에도, 대학 시절 단 한 번의 시위도 해보지 않았던 무식하고 어리석은 선량한 한 청년에 불과했다. 역사의식도 없었고 사회 정의에도 무지했던 바보 무지랭이였다. 그랬던 내가 단지 하이텔 게시판에 정권교체에 대한 글질을 하면서부터 정부로부터 빨갱이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보안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던 군 출신이신 분과 친분이 있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그런다. “아마도 안기부와 보안사는 지금도 그 리스트에 선생님 이름을 지우지 않고 있을 겁니다. 그 조직을 아는 제가 장담합니다.”


그분의 말대로 나는 지금도 내 이름이 안기부의 그 리스트에 올려져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어쩌면 지난 10년간은 단지 그 리스트의 존재는 이름뿐이었고 따라서 그 리스트에 올라가 있던 내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대가 과거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10~15년 전으로, 아니 30년 전으로 이 사회가 급격히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시곗바늘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진리이거늘, 이 땅에서는 버젓이 그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이텔 플라자 시대가 아닌 이제 인터넷 게시판이 꽃을 피운 시대임에도, 미네르바는 안기부 1급 감시 대상으로 분류되었는지, 그의 수백 편의 글 중 한두 편의 글을 빌미로, 그것도 상당한 사실에 근거한 글이 시빗거리가 되어 구속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 인해 모두가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신-공안통치가 시작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저질 욕설, 허위와 과장의 인터넷 글쓰기의 폐해를 탓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은 대통령 욕 못하게 하고, 비판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세상에 있는 가장 저급한 욕들로 도배를 하던 그들이 이제는 그 욕을 해선 안 된단다. 이 얼마나 한나라당스러운가? 욕설이 난무하는 세상보다 비판이 금지된 세상이 더 무섭고 나쁜 법이다.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기에 내부의 극우들은 뛰어난 기회주의자들답게, 정부의 개혁 정책과 대북 평화 정책에 침묵하며 달라진 척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한시적으로 활동을 멈추고 기회를 노리며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 수구들은 이 땅 구석구석에서, 마치 숨어있던 두더지떼처럼 고개를 내밀며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이 모두 한 패거리가 되어 이 사회를 10년 전의 군사독재, 문민 독재의 시절로 회귀시켜놓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북 정책은 강경기조다. 10년 동안 했던 모든 것을 다 무효로 만들어 놓자는 심산이다. 그러자 국방부가 사라져가고 있던 주적이 다시 생겨 활기가 돈다. 그래서 국방부가 당장에 한 일은 시대착오적인 금서 목록을 다시 만든 것이었다.


그중에 가장 황당한 금서는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 이유는 평화운동을 조장하는 책이란다. 이런 책을 금지하는 정권이 탄생하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은 재작년 초라한 움막집에서 평생 동화와 소설을 쓰시다가 소천??하셨다. 결혼도 하지 않으시고 평생 자신을 위해 10만 원을 써본 적이 없이 고무신과 남루한 옷을 입고 밭을 일구고 강아지를 키우며 동심의 세계를 사신 분이다. 유서에 평생 인세로 모은 12억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어린이를 위해 쓰시라고 남겨두고 가신 분이다. 바로 이런 분이 빨갱이란다. 이런 것이 빨갱이라면 난 차라리 빨갱이적 삶을 지향하련다.


그런 분이 평화 운동을 하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가? 움막집에 은둔해 사시다 전 재산 12억을 모두 기부하신 그분은 부동산 투기를 방해하는 세력이니 좌빨인 것인가?


경, 검찰은 어떤가? 국방부에 뒤지지 않겠다는 눈물겨운 투혼의 모습이다. 경찰은 이명박의 으르렁 견찰이 되었고, 검찰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원색적인 스트립쇼를 감행하고 있다. 경찰도 검찰도 군사정권 때의 모습 그대로일 뿐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어찌 보면 3공, 5공 때보다 훨씬 그 충성도가 강해졌다. 참으로 10년간 너무나 굶주려서 그런 것일까?


이 정권이 3공, 5공보다 더 악질인 이유는 노골적으로 김구 선생을 빨갱이 테러 분자로 몰고 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서슬 퍼렇던 독재 시절인 3공, 5공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김구 선생은 그래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으셨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 정권은 김구 선생을 좌빨이요, 10만 원권 지폐에 허용될 수 없는 반민족주의자로 밀어내고 이승만을 그 자리에 앉혀 놓으려 한다. 국민의 합의란 쓸데없다. 그냥 생까면 되고, 생까고 밀어붙이면 따라오게 되어 있다.


독재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원, 그리고 감사원, 법조계는 알아서 기고 있고, 내부 고발자는 반드시 보복을 하거나 알아서 사퇴하게끔 만든다. 거기다 이제는 민간인 시위에 경찰, 용역도 부족해 심지어 군이 동원되고 있다. 완벽하게 전두환 시대의 재현이다.


제2의 롯데월드가 들어서는 것은 충돌의 위험이 크고, 국가 안보상 허가가 불가능하다던 논리가 하루아침에 충돌의 위험은 ‘제로’로, 아무런 안보상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거기다 국민의 입과 귀를 막는 방송 장악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마치 쿠데타 정권이 가장 먼저 방송국과 신문사를 점거하고 모든 언로를 차단하는 것과 동일한 전략이다. 그 전략이 현재는 고도로 지능화되어 있을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 사회 모든 분야에 두더지처럼 움츠리고 있던 수구들이 10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한꺼번에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뒤집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저항한 백만, 백오십만의 촛불마저 강제로 끄면서 국민 무서운 줄 모르더니 그 결과물이 바로 용산의 비극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것은 두더지들이 저지른 집단 학살극이다.


이러한 비극의 반복을 막는 유일한 길은 이 쥐새끼와 두더지들을 뿅망치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서 구멍 속에 처넣은 뒤, 다시는 고개를 들고 나오지 못하도록 아예 쇠망치로 뭉그려놓는 길 뿐이다.


김대중-노무현의 가장 큰 실수는 바로 10년간 서서히 이런 풀뿌리 극우 세력을 뽑아내고 말려 없애야 했거늘 그러지 못한 것이었다. 적절히 시스템을 바꾸고 큰 틀을 개조하면 저절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세력의 전환도 이루어질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인적청산 없이는 세력의 전환과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는 가능할 수 없는 법인데 말이다.


97년 이후 10년 이상이 지났다. 그 10년의 세월은 수구들이 득세하지 못한, 저들에게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원점이다.


97년 당시 나는 안기부 2급 관리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면 안기부의 1급 관리 대상으로 격상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몇 급 관리 대상일까?





ⓒ 봉하머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