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WiKi)`란 말은 원래 하와이 원주민들이 쓰는 `빨리`라는 말이다. 여기서 따온 위키가 이제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의 키워드로 신속한 일처리의 인터넷 방식을 대신하게 되었다.
수년간 전문가 수만 명이 모여 만드는 백과사전은 대중의 지성을 모아 일거에 만들어내는 위키피디아로 대체되고 있다.
어찌됐건 `빨리빨리`를 앞세워 집단지성을 순식간에 모을 수 있는 길은 누구나 자유롭고 간편하게 콘텐츠를 가공할 수 있는 무대로서 웹페이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임과 동시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우리는 1970~1980년대 산업화 사회에서 빨리빨리의 유전인자로 100년 산업화 여정을 20년으로 압축했다. 이제 정보화 사회 키워드로서 누구나 기꺼이 참여하여 봉사하는 `위키위키`로 유전인자를 바꾸어 가고 있다.
한때 외국인이 우리를 비하하던 그리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부끄러워했던 `빨리빨리` 문화가 디지털 세상에 호모디지쿠스(homodigicusㆍ디지털 시대 신인류)로서 한국인 DNA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 유전인자는 산업화 시대의 빨리빨리에서 디지털 시대의 위키위키로 재탄생함으로써 호모디지쿠스 시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전 인구 중 70%가 인터넷의 거미줄에 연결되어 있는 환경에서 위키 현상은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추기경 소천 소식이 발표되는 순간 `추기경과 나의 감동 깊은 인연`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서 모아지면 5일 후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하나의 책으로 독자의 손에 전달될 수 있는 세상이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서로 지식을 나누고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산방식이 전통적인 `나 홀로 경영`을 대체하고 있다. 항상 소비만 해왔던 개인들이 생산 영역에 주체로 참여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같은 다수 참여자에 의한 협동생산 방식을 미국 탭스코드와 앤서니 윌리엄스는 `위키노믹스`로 규정하고 위키노믹스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했다.
세계 유수 자동차회사들은 각 대륙별로 거대한 공장을 짓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를 통해 똑같은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회사는 훨씬 더 많은 매출에도 수천 명의 연구인력만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 대학, 연구소와 제휴를 통해 솔루션을 완성해 나간다.
이 같은 개방화 전략의 이면에는 나만의 노하우도 남에게 공개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따르게 마련이다. 내가 줘야 남도 돕는다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나만의 노하우와 나만의 특허로 나만의 가치를 내세우던 패러다임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될 판이다.
우리 노하우와 우리 가치를 개방하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위키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위키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이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고고히 살아가는 일본인은 감히 온라인에 나와서 생면부지인 불특정인과 게임하는 데 익숙해지기 어려운 민족성을 갖고 있다. 내가 직접 구매하여 내 방에 설치한 게임 콘솔에서 나 혼자 즐기는 데 익숙해 있다. 반면 우리 국민은 점심식사도 결코 혼자서 해결하는 법이 없다. 파트너가 없으면 굶으면 굶었지 혼자서 외로이 식사하는 법이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인터넷 게임이 가장 활발한 반면 일본이 콘솔게임에 최강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키 경제를 이끌어갈 호모디지쿠스의 우성 유전인자는 우리 것이요, 일본의 그것은 열성인자에 속한다고 보겠다. 부르지 않아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묻지 않아도 말을 먼저 건네며, 요청하지 않아도 손을 먼저 내미는 위키 사회의 한민족은 호모디지쿠스의 우성인자임에 틀림없다.
[윤종록 KT연구위원]
매일경제 2009년 6월 3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