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그림
모처럼 화랑엘 들렀다. 발품만 팔면 얼마든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림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익숙한 그림에서야 별 문제가 없지만 무엇을 표현했는지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할 경우는 난감하다. 그러나 묘한 것은 금방 읽히는 그림보다 끌림이 있다는 것이다.
"야생적 사유 그리고 자화상"이라는 테마의 기획초대전. K화가의 독특한 발상과 시를 겸업하는 그의 문학적 감성은 물론, 뭔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행히 관람객 한 분이 용감하게 화가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보였다. 왜 여태 저런 방법을 몰랐을까. 대략적 안내만 하는 것이었지만 옆에서 귀동냥하며 흥미가 돋았고, 다시 그림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림의 재질, 표현법,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제목과 연결시켰더니 드디어 한편의 이야기가 되면서 오래도록 그림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그동안 그림을 감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훑고만 다닌 것이다.
명작이라 해도 그것이 왜 좋은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른 채 보는 것은 진정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던 어느 분의 말을 떠올린다.
향기작가 최선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