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스크랩] 나와 나, 그리고 나

장백산-1 2011. 3. 12. 15:53
     
     나와 나, 그리고 나
    호숫가에 앉아있다.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햇볕은 따스해 온 몸이 나른해진다. 
    바람 한점 없는 호수는 거울같이 맑고 
    그 속에 푸른 하늘이 잠겨있다. 
    초점을 잃은 내 눈은 
    물끄러미 호수 속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하늘이라 생각하니 하늘이지 파란 빛일 뿐이다. 
    경계도 없고 그 안에 구름 한 점 없으니 
    그것은 하늘이며 호수이다. 
    하늘에는 아무 것도 없고 호수에도 물결 한 점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잔잔한 푸른 하늘-호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하늘이 되고 호수가 된다. 
    오직 하늘이고 호수일 뿐 나는 어디에도 없다. 
    하얀 구름 한 점이 동그랗게 물 속에 잠긴다. 
    주먹만한 구름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호수가 하얀 구름으로 채워져 버린다. 
    푸른 빛이 우유 빛으로 변해 버린다. 
    살랑거리는 갈잎소리가 연못에 스며들어 
    거울같던 수면에 할머니 얼굴 주름살같은 잔물결을 만든다. 
    갈잎 부딪치는 소리가 커지니 물결은 밭이랑으로 바뀐다. 
    바람에 실려 온 구름이 비에 대한 생각을 불러온다. 
    우산이 없어 걱정이 밀려온다. 
    빨리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은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고요하던 마음에 수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어디에도 없었던 “나”가 
    이미 내 속에 들어와 이것저것 지시를 한다. 
    그 동안 어디에 있다가 
    다시 “내” 속으로 들어온 것일까? . 
    생각이란 구름이, 사념이란 물결이 
    “나”가되어 모습을 나타냈을 뿐이다. 
    구름 없는 하늘, 물결 없는 수면 
    그것이 본래의 “나”인 것이다. 
    이 본래의 “나”는 생각 없음이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그것이 “나”(ego)가 되고 
    물결이 이는 순간 그것이 “나”(ego)가 된다. 
    바람이 세게 불면 물결은 뚜렷해지고 구름이 더 많이 몰려온다. 
    잔잔함과 맑고 고요함이 사라져 버린다. 
    새로운 “나”(ego)가 본래의 “나”를 밀어내고 
    “나”를 차지해 버린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물결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가 
    “본래의 나”이다. 
    바람에  실려 온 구름, 
    일어난 파도가 
    마음(衆生心)인 “가짜 나(ego)”이다. 
    그리고 “본래의 나(眞我)”를 담을 수도 있고 
    가짜 나(ego)를 수용할 수도 있는 실체가 
    “3번째 나”이다. 
    “가짜 나”는 
    생각, 의지 등으로 이뤄진 마음을 통해, 
    “본래 나”는 
    마음이 없는 상태인 무심(無心)을 통해 
    “3번째 나”를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  석헌/허경용 -
    
출처 : 마음공부와 자기계발을 넘어서
글쓴이 : 석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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