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5. 고성제 ②

장백산-1 2011. 3. 14. 13:05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5. 고성제 ②

집성제 핵심은 괴로움 원인을 알아차리는 것
마음 속 아만·아애·아견·아치서 벗어나라


지난 시간에 고제의 핵심은 고통의 순간에 고통의 존재를 알아차리는데 있다고 했었다. 또 고제에서는 객관적인 일차적 고통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대신 부정하고 거부하는 데서 비롯되는 이차적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러면 괴로움의 근본원인에 대한 가르침과 관련된 집성제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겠는가?

고성제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존재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이 핵심이라면 집성제는 그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차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괴로움의 원인을 흔히 네 가지 괴로움(생로병사·生老病死), 여덟 가지 괴로움(네 가지 괴로움에 더해서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오온의 작용에 의한 괴로움), 또는 백 여덟 가지 괴로움의 목록을 언급하거나 기억하는 것으로 집성제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큰 착각이다.

집성제에서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괴로움의 원인을 아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괴로움이라고 하는 하나의 사건에는 무수한 인연들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괴로움을 일으킨 최초의 원인, 가장 근본이 되는 뿌리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쌓아 온 괴로움이라고 하는 나무의 무성한 가지들로 인해서 그 뿌리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자칫 나뭇가지를 뿌리로 오해해서 잘라내다가는 제2, 제3의 더 큰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는 부모를 원망하고 남편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면서 삶을 불행하게 보내는 이들의 예를 통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차렸다고 가정하자. 그것이 괴로움의 뿌리인지 가지인지, 아니면 작은 이파리에 불과한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건 간단하다. 괴로움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나, ego’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괴로움의 뿌리를 본다는 것은 자신의 괴로움 속에서 ‘나, ego’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대상이 ‘나, ego’가 아닌 다른 어떤 대상들이면 그건 뿌리가 아니고 가지라는 의미다.

가끔 드라마속의 주인공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원인으로 외부 대상을 지목하고 복수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 결과 자신의 인생을 파괴와 불행으로 몰고 가는 경우를 우리는 흔하게 접한다.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면 괴로움도 사라져야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행복감, 성장, 감사, 자아실현, 사랑, 지혜, 자비심 등 건강한 마음상태가 뒤따르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면 그건 괴로움의 뿌리를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ego’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바수반두가 쓴 ‘유식30송’에 보면 괴로움의 근본 뿌리인 ‘나’는 상대와 우열을 비교하는 생각(아만), 자기중심적인 사랑(아애), 자기가 영원히 살고, 의존된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그릇된 견해(아견), 그리고 자기가 진정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무지(아치)의 네 가지 형태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인간관계의 갈등을 낳고, 불편하고, 화나고, 뭔가 편하지 않은 마음상태의 순간을 보면 ‘나’를 무시했다거나, 알아주고 대접해 주지 않았다거나 사랑해 주지 않았다는 식의 화가 존재한다. 그것도 자기방식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성제는 바로 그와 같이 ‘나’를 드러내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화나는 마음, 불편한 마음, 분노하고 섭섭하고, 그래서 괴로운 그 마음의 이면에는 반드시 자기를 드러내고 내세우려는 마음이 좌절되고 손상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한 에너지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치유적 입장에서 집성제를 훈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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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동국대 겸임교수)은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로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마음의 치료’,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불교상담심리학’, ‘알몸이 부처 되다’ 등이 있다.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갠지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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