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7. 집성제 ②

장백산-1 2011. 3. 14. 13:14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7. 집성제 ②

마음을 바로 보려면 내·외적대상 함께 살펴야
내면에 치우친 삶은 현실감이 결여되기 쉬워


우리는 지난 호에서 집성제에 대한 치유적 의미를 개인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내면세계가 아닌 외부세계, 즉 개인관계, 사회, 지구라고 하는 보다 큰 틀에서 집성제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불교수행에 대해 우리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마음수행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믿고, 객관세계와의 관계를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것은 마음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불교수행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연기적 존재, 연기적 삶의 실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마음은 반드시 그 대상을 의지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마음을 본다거나 마음을 알아차린다고 하는 말 속에는 이미 인식의 주체와 대상이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마음을 올바로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의 내적, 외적 대상을 함께 볼 수밖에 없다.

내면세계에 치우친 사람은 현실감이 결여되고, 외부세계에 치우친 사람은 영적 성장에 장애가 있다. 이들은 모두 심리적 불안, 갈등, 긴장 등의 불건강한 마음상태에 매몰되기 쉽다. 왜냐하면 외면이 부재된 내면은 과거의 산물일 뿐, 현재와 미래를 보는 눈이 닫혀있고, 내면이 부재된 외면은 허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면이나 외면에 치우친 마음은 조화와 균형을 잃은 비중도적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단절되고 막혀서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다. 그 결과 내면세계에 치우친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갖게 되고,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 행동, 생각들을 서슴지 않는 모순을 낳게 된다.

반면에 외면에 치우친 사람들은 외부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일에 더 많이 열중할 수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전자는 자신과 타인의 정신세계를 오염시키고, 후자는 자신과 타인이 살고 있는 물리적 세계,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경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도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살피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글로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 기후, 갖가지 사회범죄, 질병 등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개인적 고통을 넘어 사회적·집단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내적, 개인적 행위를 넘어서 외적, 집단적 행위를 통해서도 고통의 근본 뿌리를 알아차리고 자각하는 훈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난 호에 괴로움의 근본 뿌리는 “나”와 상대의 우열을 비교하고(아만), 자기중심적인 집착된 사랑(아애) 때문에, 스스로 독립적이고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아견)하면서 자기가 진정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무지(아치)의 네 가지 형태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번뇌를 알아차리는 훈련이 바로 집성제의 길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마음의 내면 대신 외면, 즉 “나”를 드러내고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타인에게, 또는 세상을 향해서 무슨 말을 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또 보다 큰 집,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들의 존재를 인정받고 드러내기 위해서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들의 아만, 아애, 아견, 아치가 어떻게 진짜 우리들의 집인 지구, 자연을 훼손하고 자원을 낭비하는지 자각하는 것이다. 나만의 행동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동, 사회 집단의 행동도 함께 알아차리고 자각하는 것이다.

마음의 내면세계와 외면세계의 조화, 소통을 향한 불교수행을 우리는 사회참여불교, 현실참여불교라고 말한다. 탐진치 삼독은 우리들의 내면, 개인만을 피폐시키고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밖의 세상도 똑같이 오염시키고 파괴하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고통의 근본 뿌리를 마음의 안과 밖, 세상,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도 살피고 알아차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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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동국대 겸임교수)은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로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마음의 치료’,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불교상담심리학’, ‘알몸이 부처 되다’ 등이 있다.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갠지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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