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 봄을
한가롭게 봄을 즐기고 앉은 사슴들을 바라보다가 그들 곁을 분주히 오가는 까치 두 마리를 발견했다. 수상쩍은 행동을 눈여겨보는데 부리에는 뭔가 가득 물려 있었다. "저게 뭐지?" 궁금해 살펴보니 그것은 사슴의 털이었다. 까치들은 기술 좋게 사슴의 털을 뽑아 부리 안쪽에 모았다가 더 이상 물고 있을 수 없으면 한쪽에 내려놓고 다시 다가가는 것이었다. 마침 가려운 곳을 긁어줘 기분이 괜찮다는 듯 사슴들은 아예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가끔 보기에도 아플 정도로 쪼는 강도가 세지면 "야, 살살해." 말하는 듯 사슴은 몸을 움찔거렸고 행동이 잰 까치는 뒤로 물러났다가 이내 다시 다가갔다. '모은 털로 뭘 하려는 거지?' 잠시 궁금했지만 해답은 쉽게 풀렸다. 까치부부가 보금자리를 새로 꾸미려는 것이었음을. 그들은 그렇게 함께 봄을 맞고 있었다.
이웃 일본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하지 않던가. 지구촌의 온정이 줄이어 닿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고 한편 고마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본다.
향기작가 최선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