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2주기를 맞아 각종 추모 문화제가 치러진 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유력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추모 문화제 기간 내내 그 어떤 친노 정치인들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실제 두 인물에게 환호를 보내는 추도객들의 모습 역시 열성적이었다. 내년 대선에서 '영남벨트'를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이 '문재인과 김두관'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친노 세력 안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정치에 뜻이 없다'는 의중을 수차례 비쳐 왔으나 정치인들로부터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종용받아 왔고, 김두관 지사 역시 '지사직에 전념하겠다'고 밝혀 왔으나 도지사 당선 뒤 '잠룡'의 반열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노무현재단과 경남도민추모위원회가 20일 오후 창원스포츠파크 만남의 광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이사장, 김두관 도지사(사진 왼쪽에서부터)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지난 20일 저녁 창원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2주기 경남 추모 문화제의 주제 중 하나는 사실상 '김두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하고 되새길 때 그 정신이 현실화된 대상이 '경남+김두관'이라는 것이었다.

 

그 자신도 '친노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총리는 이날 '김두관'을 주제로 연설하는 듯했다. 한 전 총리는 충혈된 눈으로 연단에 올라 "이제는 노 대통령이 남기고 간 깨달음으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와 통합이라는 깨달음으로 김두관 지사를 당선시킨 곳이 바로 경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는 김두관 지사의 정치 역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한 전 총리는 "김 지사는 이장에서 군수를 거쳐 나라살림도 잘했다. 노무현이 옳았다. 그런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비아냥거렸다. 앞으로도 크게 될 재목이다. (경남도민들이 김 지사를) 꼭 붙들고 옳게 나가도록 울타리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노 대통령이 남긴 균형발전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후 김두관 지사는 21일 저녁 서울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안희정 충남지사,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함께 '사색토크-2012 놀러와'라는 행사에 배석했고, 2012년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대한민국은 아무나 대통령 할 수 있는 것 아니다. 도지사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차차기 대선 출마에 대한 여지는 남겨놓았다.

 

이와 함께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 성지 순례를 하면서 지난 21일 창원을 방문해 "김두관 지사야말로 아주 유력한 잠룡으로, 나라를 맡겨볼 만한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이사장은 최근 군중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으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20일 저녁 창원 문화제에 이어, 21일 저녁에는 봉하마을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에서는 게스트로 참여해 2만 명에 육박하는 군중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이사장은 "공수부대를 나왔다. 그때 여단장이 전두환이었고 대대장이 장세동이었다"는 추억담을 소개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최근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도 공식 석상에서 문재인 이사장의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흥행을 불러일으키려면 문재인 이사장과 김두관 지사가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고, '슈퍼스타 K' 이론을 거론하는 정치인들이 부쩍 늘어난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