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마음자리***
...김 현준/불교신행연구원장...
이제 앞에서 소개한 안수정등의 비유담과 반대의
경우를 논하여 봅시다. 과연 어떻게 하여야 행복
하고 편안하고 자유롭고 맑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그 비결은 무엇보다도 복밭{福田}, 곧 복의 터전
을 잘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씨를
심어도 밭이 좋지 않으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 훌륭한 복밭을 마련할 수
있는가? 가장 요긴한 것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합니
다. 도망다니고 쫓겨다니는 삶이 아니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공이 되어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주인공이 되어 살고자 하면 무엇보다 먼
저 마음을 주인으로 삼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나'라는 존재는 크게
몸과 마음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 몸과
마음을 자동차와 운전수에 비유하면, 몸은 자동
차요 마음은 운전수와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좋
은 자동차라도 운전수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고,
아무리 유능한 운전수일지라도 고장이 심한 차는
잘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몸과 마음이 함께 건전하여야 평화롭고 행
복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운전수인 마음은 소홀히 하고 자동차인
이 몸만을 중요시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때가
되면 폐차장에 보내야 할 이 몸을 가꾸고 사랑하
는 데 몰두하여 진짜 주인인 마음 가꾸기를 게을
리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행과 타락
의 길로 빠져들고 맙니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몸을 일컬어 '사대색신(四大色
身)'이라고 합니다. 땅기운 물기운 불기운 바람기
운 등, 지(地) 수(水) 화(火) 풍(風) 사대(四大)
의 기운이 합하여져서 잠시 현재와 같은 모습의
몸을 나타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곧 지 수 화
풍 '네 가지의 큰 기운{四大}'이 적당하면서도 조
화롭게 합하여지면 사람의 몸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하나의 몸을 이룬 다음에도 지 수 화 풍
네 가지 구성요소가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나타
내어 조화를 깨뜨리게 되면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곧 조금만 열 기운이 있어도 다른 요소들은 '나
죽는다'며 야단이고, 물 기운이 조금만 부족해도
탈수현상에 빠져들고 맙니다. 또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만 바람이 드는 풍병(風
病)에 걸리고 맙니다.
결국 이 사대의 조화가 무너져 숨이 끊어지면,
머리카락 털 손톱 치아 살 힘줄 뇌 등 빛깔과 모
양이 있는 것은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침 피 눈물 콧물 등의 갖가지 액체는 모두 물로
돌아갑니다. 또한 따뜻한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몸을 움직이는 기운은 바람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네 가지 기운 가운데 바람의 기운
이 가장 빨리 빠져 나가게 되므로, 더 이상 움직
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불의 기운이
없어지게 되어 몸이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그리고 죽고 나서 사흘 정도가 되면 모든 물 기
운이 빠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죽으면 코 입 귀 등의 모든 구멍을 솜으로 막아
물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 기
운이 모두 빠지고 나면 몸이 홀쭉하게 줄어들어서
뼈와 살과 근육 등만 남게 되고, 마지막으로 그
나마 모두 썩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처럼 사람의 몸은 흙 물 불 바람으로 돌아가
고 마는 허망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건만 대
부분의 사람들은 이 몸뚱아리를 돌보고 가꾸는
데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몸은 아무
리 잘 먹이고 잘 돌보아도 환갑이 되기도 전에
고물 자동차가 되어 버리거늘...그러므로 이 몸
에 대한 지나친 애착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몸을 함부로 굴려도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몸은 감로수를 담고 있
는 감로병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감로병에 구
멍이 뚫리면 감로수를 온전하게 보전하기 어려우
므로, 이 몸을 학대하거나 무참하게 사용하여서
는 안 됩니다.
한편, 우리들 가운데에는 오욕락(五欲樂)에 빠져
드는 것이 이 몸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보다 더
큰 착각도 없습니다. 오욕락에 빠지면 몸은 더욱
빨리 망가지게 됩니다. 맛있는 음식, 이성과의
잦은 관계, 밤낮을 잊고 행하는 노름 도박 등...
그 결과는 이 몸인 사대색신(四大色身)의 부실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사대의 붕괴로 끝을 맺게 됩
니다. 사대의 붕괴! 그것은 죽음 외에는 아무것
도 아닙니다.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인가? 나의 욕
심과 쾌락을 위하여 저지른 그릇된 업만을 짊어
지고 삼악도를 향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결코 네 마리 뱀과도 같은 이 몸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감로수를 담고
있는 감로병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을 돌보고, 참된 주인인 마음자리를 잘 가꾸며
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자리를 괄시하며
살아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감지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매일같
이 돈과 가족과 몸뚱아리를 돌보기에 급급하여
마음자리 따위는 아예 무시해 버립니다. 곧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 향기롭고 맛있고 감촉
좋은 것들을 좇아 갖가지 번뇌를 일으킨 다음 밖
으로 밖으로 헤맬 뿐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도 잠시 보이지 않으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게 마련인데, 참된 주인공
인 마음부처가 수많은 번뇌에 시달려도 다독거려
주기는커녕 찾아보는 일조차 없이 살아왔으니,
어찌 자유가 있겠으며, 괴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
까.
더욱이 우리의 마음자리는 나고 죽는 이 몸과는
달라 생사(生死)를 초월해 있습니다. 나는 것도
아니요 죽는 것도 아닌 불생불멸(不生不滅)이고,
더러움과 깨끗함을 모두 넘어선 불구부정(不垢不
淨)이며, 늘지도 줄지도 않는 부증불감(不增不減)
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나고 죽고, 더럽고 깨끗하고, 늘어나고
줄어드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 마음자리를 잘 발
현시키면 언제나 행복하고 맑고 자유롭고 걸림이
없게 됩니다. 정녕 우리가 불구부정 부증불감은
그만두고라도, 마음자리가 불생불멸이라는 것만
이라도 분명히 알게 되면 흔들림 없이 잘 살 수
있게 됩니다.
-월간 [법공양]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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