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스크랩] 2 이 자리를 확인하라

장백산-1 2011. 10. 11. 13:28

 

 2  이 자리를 확인하라

도 닦는 이들이여!

그대들이 여법(如法)한 견해를 얻고자 한다면, 다만 남에게 속지만 말라. 그러므로 안에서나 밖에서나 만나는 것은 모조리 즉시 즉시 죽여야 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권속을 만나면 권속을 죽여야, 비로소 해탈하여 사물에 구속받지 않고 벗어나 자재(自在)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도를 배우는 자들로서 사물에 의지하지 않고 나타난 자는 없었다. 나는 여기에서 부수어 없애는 것을 일삼아 하는데, 손 위에서 나타나면 손 위에서 부수고, 입 속에서 나타나면 입 속에서 부수고, 눈 속에서 나타나면 눈 속에서 부순다. 그러나 그대들은 단 한 사람도 홀로 벗어나온 자는 없었고, 모두가 저 옛 사람들의 부질 없는 기연과 경계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자리, 지금 내가 손을 움직이고 있는 자리, 지금 내 눈길이 가는 자리, 내 의식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자리, 조금의 요동이 없이 확고부동한 자리, 티끌만한 생각도 들어 있지 않은 자리, 나의 육체와 정신이 뿌리박고 있는 자리, 바로 이 자리에 모든 것들이 돌아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

부처라고 말해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조사라는 글을 읽어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글이 나타나고 있다. 나한이라고 생각해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생각이 나타나고 있다. 권속을 바라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권속이 나타나고 있다. 해탈이라고 느껴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느낌이 나타나고 있다. 손에 사물을 붙잡아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손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입 속에 음식물을 넣고 씹어 보라, 바로 이 자리에서 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아무리 여러 사물들이 경험되더라도, 모두가 이 자리에 나타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러면 이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자리는 정해진 자리가 없다. 정해진 자리가 없으므로 없는 곳도 없다.

그러므로 소리가 나면 바로 그 소리에 이 자리가 있고, 색깔이 보이면 바로 그 색깔에 이 자리가 있고, 생각이 일어나면 바로 그 생각에 이 자리가 있고, 눈길이 가면 바로 그 눈길에 이 자리가 있고, 느낌이 일어나면 바로 그 느낌에 이 자리가 있고, 손으로 붙잡으면 바로 그 움직임에 이 자리가 있고, 입으로 씹으면 바로 그 씹는 곳에 이 자리가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 장소는 변하고 시간은 바뀌지만 이 자리는 변화도 바뀜도 없다. 이 변함 없는 자리야말로 진실한 실상(實相)이며, 참으로 여여(如如)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며, 나의 본래 존재요 본래 모습이다. 이 자리는 손 한 번 움직이고, 발 한 번 내딛고, 입 한 번 열고, 숨 한 번 쉬고, 생각 한 번 일으키고, 눈길 한 번 주는 하나 하나에 빠짐 없이 드러나 있다.

이제 한 번 주의를 기울여 잘 살펴보라. 이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끈기를 가지고 시간 나는 대로 이 자리를 살펴보라. 온 관심을 기울여 정성껏 살펴보라. 진실하고 진지하게 살펴보라. 조급하게 생각을 앞세워 빠른 효과를 보려고 하지 말고 기다리는 자세로 끈기 있게 살펴보라.

참으로 진지하게 목말라 한다면, 문득 이 자리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자리를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 모든 생각이 저절로 빛을 잃어버릴 것이고 집착이 내려놓아질 것이고 끄달림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 자리를 확인하는 그 순간은 그저 밝은 빛 속에 있을 뿐으로 어떤 것도 분간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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