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주막(酒幕)에서 [천병상]

장백산-1 2011. 10. 13. 01:40

주막에서/천상병

 

 

 

 

 주막에서 /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 가는 데,

할머니 등 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빡 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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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님이 올린 시 [http://cafe.daum.net/happy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