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志鬼)의 사랑 / 정민호
지귀(志鬼)의 사랑 - 정민호
지귀는 거지 같은 사나이다
옷에 말똥 냄새를 풍기는 천인 중의 천인
그런 주제에 여왕님을 사모하다니,
죽을 듯 살 듯 날뛰며
혼자 울며불며 다니다가
왕의 행차를 기다리다가 돌탑 아래서 잠이 들었다.
여왕은 소문 듣고 자기 팔에 금팔찌를 풀어
사나이의 가슴에 풀쩍 던져 주었다.
누더기를 입은 사나이의 가슴은
온통 금빛 찬란한 아침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모르고 잠을 자는 지귀,
억울하고 애석하여 후회로 가득 찬 그의 가슴은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가슴 태우는 지귀는 심화(心火)가 번져
온몸 가득 불이 타기 시작했다.
불꽃은 번져 탑을 두르다가
탑은 불덩이가 되어 사랑을 태우고
선덕의 가슴을 태우고
신라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나서
온 산천에 불이 붙어 타기 시작했다
지귀(志鬼)는 거지같은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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