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우리의 뇌리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의 편린들이 곧 나의 미래를 만드는 퍼즐이 된다면, 우리는 온갖 종교 경전들에서 말하고 있는 ‘올바르고, 긍정적이며, 용서하고, 화해하고… 등의 가르침’을 실행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고 생각하는 일체 행위가, 곧 우리 몸에 빠짐없이 반영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하바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어의 실험이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79년 랭어 교수는 70~80대 남자노인 16명을 20년 전인 1959년 상황으로 되돌려 꾸민 외딴 수도원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흑백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영화도 20년 전의 내용만을 보게 하였을 뿐 아니라, 일상의 언어나 생각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으로 행동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생활했다.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
놀랍게도 노인들 대부분이 시력과 청력은 물론 기억력과 악력이 향상되었다. 또 휠체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었던 몇몇 노인은 실험 후부터 혼자서 거동하였고, 일주일 전과 후의 사진을 본 제3자들도 실험 후의 사진을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일 것이라고 답했다. 바로 일상의 생각이나 마음이 몸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한 것이다.
왜 말이 씨가 될까…기도문만 외워도 치유 가능
옛 성현들은 늘 언어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일상의 생각까지도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는 <대학>에서 “남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 하는 것이니, 재앙이 반드시 그 몸에 미칠 것(好人之所惡,惡人之所好,是謂拂人之性,菑必逮夫身)”이라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서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좋은 말은 자신의 몸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나쁜 말은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현상을 응용한 것이 동서의 많은 종교에서 사용하는 주문이다. 즉 기독교에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불교에서 ‘만트라’를 암송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몸도 편안해짐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로 좋은 말로써 몸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뇌는 크게 대뇌, 뇌간, 소뇌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대뇌는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의 오욕칠정(五慾七情)과 같은 감정의 변화를 감지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시시비비에 따라 감정을 추스린다고는 하지만, 우리 생명력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소프트웨어가 저장된 뇌간은 대뇌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감정을 시시비비의 판단 없이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일상에서 우리가 생각하거나 말한 내용은 그대로 뇌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마음과 인체의 상호작용을 간파한 선지자들은 늘 “긍정적인 생각과 고운 말씨” 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내용과 무심코 내던진 말들이 내 몸에 반영되어 다가올 미래를 열어 간다고 볼 수 있다. ‘꿈’이란 ‘꾸미다’의 명사형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생각에 의지를 반영하여 날마다 꾸며가다 보면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우리 마음이다.
우리가 마음을 먹거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자율신경계를 통해 전신의 세포에 정보로 전달되는데, 곧바로 각 세포의 기억장치에 입력되어 새로운 작용을 이끌어내게 된다. 따라서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좋은 정보를 입력하게 되면 내 몸도 동시에 변화하게 되며, 계속해서 보다 나은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아이 재수 없어, 기분 나빠, 죽고 싶어, 죽여 버릴 거야” 등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언어보다는, 긍정적이면서도 발전적인 “사랑해, 고마워, 넌 참 착한 아이야, 난 꼭 이루고 말거야” 등의 행위가 곧 희망찬 내일의 현실을 이루어주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물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이면에 마음이 일으키는 파장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나에게 오랜 친구가 있는데, 그는 사업이 여의치 않자 위안 겸 취미삼아 배운 활쏘기(國弓)로 3년 만에 한 지역의 대표선수가 되었다. 만날 때마다 내가 일러준 방법이 곧 마음으로 하는 이미지트레이닝이 기법이었다. 즉 잠자기 전 입면의식을 거행할 때, 상상력을 동원하여 훈련에 임할 때처럼 사대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과녁에 명중하는 상황을 그려 보라고 했다. 잠들기 전까지 매일 밤 마음으로 상상훈련을 하게 한 것이다. 그는 요즘 전국에서 상위권에 올라있으며, 매년 서너 차례씩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마음으로 상상하여도 우리 세포는 실제 훈련처럼 각인하기 때문이다.
믿음을 바탕으로 한 마음, 육체 건강까지 얻어
그래서 몸과 마음의 상관성을 강조했던 노자는 <도덕경> 제3장에서 “마음을 텅 비우면 복부(하단전)가 튼실해지며, 마음의 의지를 부드럽게 하면 내실의 뼈가 강하게 된다(虛其心,實其腹,弱其志,強其骨)”고 했다. 장자 역시 ‘심재좌망(心齋坐忘)’을 강조했는데, 심재는 <장자>의 인간세편에 나오는 단어로 인간의 감각이나 의식을 잠재우고 마음을 화평하게 하는 것이며, 좌망 역시 <장자>의 대종사편에 나오는 어휘로 일상의 잡다한 생각을 잊어버리는 좌선법을 말한다.
이러한 노장의 사상의 핵심은 곧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심신상관의학(心身相關醫學 : Psychosomatology)’ 역시 각종 질병의 원인을 마음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의 작용을 일으켜 암환자에게 있어서까지도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김상운은 <왓칭>이라는 책에서 식도암이 간, 폐, 척추, 흉골 등 온몸으로 퍼져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하이벨 할머니가 단 7일간의 기도로써 완치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 할머니는 존경받는 신부의 뼛조각으로 만든 목걸이를 지니고서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신부님이 제 암을 씻어내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리고 또 그렸을 뿐’이었다는 것. 일주일 후 다시 검사를 한 의사들도 깜짝 놀랄 뿐 어떠한 설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나을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인 것이다. 이러한 기적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간절한 믿음과 신념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도의 효력을 자신의 몸에 체험할 수 있다.
미국이 낳은 20세기의 유명한 예언가이자 영적 치유 능력을 보여준 에드가 케이시가 남긴 수많은 말들 중에서도 “영혼은 생명이며, 생각은 건축가이고, 육체는 그 결과이다”라고 한 의미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이러한 마음의 영향력을 가장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잠자리에서 행할 수 있는 ‘잠의마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로 잠들기 전 입면의식을 통해 간절한 소망을 마음으로 입력하면 우리 인체에서는 잠자는 내내 그 염원을 유지, 강력한 기도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 글쓴이/최상용
- 신문과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다가 동양철학에 매료돼 원광대에서 기(氣)공학과 기(氣)학을 공부한 동양철학박사. 현재 인문기학연구소 소장으로 동양사상과 생활건강 및 명상에 대해 강의한다. 저서로는 한자의 강점인 회화적인 특징을 되살리고 글자에 담긴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한 <브레인 한자>와 <한자실력이 국어실력이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