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걸리 (穀茶) 예찬 #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한잔 한잔 할때마다 꽃가지 꺾어 計算하면서
無盡無盡(끝없이)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後면 지게 위에 거적 덮인채 꽁꽁 묶여 가나
비단휘장에 萬人이 울며 따라가나
억새풀 떡갈나무 사시나무 숲속으로 가기만 가면
누른해(묘지에서 처다보는 뿌연해) 휜달(을씨년스런 달)
가랑비 굵은눈 음산한 바람 불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가 되면 뉘우친들 어쩌리
조선조 초의 명상 정인지(鄭麟趾)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하고
아기들이 젖으로 生命을 키워나가듯이 막걸리는 老人의 젖줄이라고 했다.
정인지를 비롯한 문호 서거정(徐居正) 명신 손순효(孫舜孝)등은 晩年에
막걸리로 밥을 代身했는데 病 없이 長壽했다.
老人의 젖줄이라 함은 비단 營養 보급원 일뿐 아니라
無病長壽의 秘密을 暗示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조선조 중엽에 막걸리 좋아하는 이씨 성의 판서가 있었다.
언젠가 아들들이
'왜 아버님은 좋은 藥酒나 소주가 있는데 막걸리만을 좋아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이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求해오라 시켰다.
그 한 쓸개주머니에는 소주를, 다른 쓸개주머니에는 약주를,
나머지 쓸개주머니 에는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처마 밑에 매어두었다.
며칠이 지난 後에 이 쓸개주머니를 열어 보니
소주 담은 주머니는 구멍이 송송 나있고
약주 담은 주머니는 상해서 얇아져 있는데
막걸리 담은 주머니는 오히려 이전보다 두꺼워져 있었다.
막걸리에는 오덕(五德)과 삼반(三反)이 있다.
醉하되 人事不省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一德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二德이며,
힘 빠졌을 때 氣運 돋우는 것이 三德이다.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四德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五德이다.
옛날 관가나 향촌에서 큰 한잔 막걸리를 돌려 마심으로써 품었던
크고 작은 感情을 풀었던 향음(鄕飮) 에서 비롯된 다섯 번째 德일 것이다.
놀고 먹는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끓고 트림만 나며
숙취를 부른다 해서 근로지향(勤勞志向)의 반유한적(反有閑的)이요
서민으로 살다가 임금이 된 철종이 궁 안의 그 미주(美酒)를 마다하고
토막의 토방에서 멍석옷 입힌 오지항아리에서 빚은 막걸리만을 찾아
마셨던 것처럼 서민지향의 반귀족적(反貴族的)이며
군관민(軍官民)이 참여하는 제사나 대사 때에 합심주로 막걸리를 돌려 마셨으니
平等指向의 반계급적(反階級的)으로 막걸리는 삼반주의(三反主義)다.
- 원호님이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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