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썩을수록 향기로운 모과처럼

장백산-1 2012. 11. 29. 16:08

 

 

나눔뉴스님(www.nanumnews.com) 향기메일입니다.
썩을수록 香氣로운 모과처럼


물안개를 무장무장 피어 올리는 호수를 보러 나선
이른 새벽의 산책길에서였지요
시인은 모과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푸른빛의 모과 한 알을 주워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벌레 먹은 자리가 시커멓게 변색되어 마악 썩기 始作한
못 생긴 모과 한 알.
별 생각 없이 받아 차 안에 던져 놓았었는데
차를 탈 때마다 달콤한 香氣가 나기 始作했습니다.
香氣의 정체가 궁금하여 차 안을 뒤지다가
노랗게 잘 익은 문제의 모과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구석에서 익어가며, 썩어가며 香氣를 피워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세 번 놀라게 만드는 나무가 모과나무이지요.
못생긴 모양에 놀라고, 향기에 놀라고, 마지막 떫은맛에 놀라고 마는.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나무참외란 뜻의 목과(木瓜)에서 비롯된 모과란 이름이
못생긴 것들의 대명사가 된 데에는 外樣을 重視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視角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썩어가면서도 香氣로운 모과처럼
사람도 나이 들수록 香氣로울 수는 없는 것인지.
시인이 제게 건네준 모과 한 알 속엔
그런 숨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닌지 生覺합니다.

- 백승훈 님, '썩을수록 향기로운 모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