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욕심의 가지부터 치세요"---이시형 정신과 전문의

장백산-1 2013. 2. 3. 00:46

 

 

 

[유인경이 만난 사람]

 

이시형 박사 “욕심의 가지부터 치세요”

경향신문 |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 입력 2013.02.02 20:24

설날, 떡국을 먹으며 또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生覺에 떡국 맛조차 씁쓰름하다. 모처럼 가족이 모여 즐겁기보다는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까 잔머리를 굴리게 되고, "승진은 했나" "살 좀 빼야겠네" 등 친척들의 無心한 말에도 은근히 傷處를 받는다.

어린 시절엔 냉장고가 없어도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배탈도 안 나고, 휴대전화 없이도 친구들과 척척 잘 만났고, 방 아랫목만 따뜻해도 겨울을 견뎠는데 왜 어른들의 世上은 이렇게 不安하고 不幸하게 느껴질까. 왜 다들 스트레스 받는다는 등 火病에 시달린다며 가슴을 치고 살까.

문득 이시형 박사가 궁금해졌다. 實體가 없다고 여겨지던 火病(Hwa-byung)을 世界 精神醫學 用語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자 <
배짱으로 삽시다 > < 이시형처럼 살아라 > 란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이 박사는 요즘 강원도 홍천 산골에 산다. 최근엔 '이시형 박사의 山에서 배운 智慧'란 副題가 붙은 <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란 책을 펴냈다.

 

 

대체 어떻게 다르게 살란 말인가. 강원도가 아닌 서울 서초동의 '세로토닌 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팔순인 그는 풍성한 머리카락, 팽팽하고 고운 피부에 말도 막힘이 없었다. 이 박사의 健康한 외모만으로도 그가 하는 말, 그가 권하는 것이라면 뭐든 듣고 싶은 신뢰감이 생겼다.

대한민국 대표 精神醫學 專門醫에서 自然治癒센터 힐리언스 선마을 村長으로 變身했습니다.

"선마을을 개원한 것은 2007년이지만 10년 전부터 홍천에서 생활해 왔어요. 46세가 되던 해 노인성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고, 허리디스크로 앉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의사가 병들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마음을 모질게 먹고 수술이나 약을 거부하고 방어체력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였죠. 사람이 原來부터 가진 防禦體力은 크게 免役力自然治癒力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感氣에 걸려도 혼자 健康한 사람은 免役力이 强한 사람이고, 감기에 걸렸어도 하루 만에 말끔히 낫는 사람은 自然治癒力이 强한 사람인데 自然 속의 힐링파워를 통해 防禦體力을 높일 수 있어요. 방어체력 강화를 위해 찾아낸 곳이 바로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은 총 25만평인데 大部分 山이에요. 휴대전화와 TV 등 전자기기를 아예 사용할 수 없고 식자재를 보관하는 냉장고도 없어요. 現代文明과 最大限 斷絶한 채 自然 속에서 힐링 치유를 했습니다. 힐링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슬로(slow), 심플(simple), 스몰(small)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선마을을 만든 겁니다. 선마을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山에 쉬엄쉬엄 올라가 바위도 보고 나무냄새도 맡고 물소리도 들으면서 그야말로 自然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합니다."

 


바다도 들도 自然인데 왜 山을 선택했습니까.


"山이 가장 偉大한 自然治癒者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도 < 숲에서 癌을 이겨낸 사람들 > 이란 저서를 감수했습니다. 선마을 암환우들의 이야기를 참고한 책인데요. 癌 末期라 病院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다고 밀려나온 患者들이 모든 걸 締念하고 '죽으러' 山에 들어갔습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소박한 山中生活을 하는데 웬걸, 죽질 않는 것입니다. 한 해 두 해 심지어 20년째 끄떡없이 잘살고 있어요. 무엇이 그들을 살려냈을까요. 아마도 모든 걸 諦念한 便한 마음이 첫째일 것이고, 그리고 맑은 空氣와 완전유기농, 무공해의 소박한 밥상일 겁니다.

 

피톤치드·음이온 등 山의 맑은 空氣가 주는 治癒力에 對한 學術的 硏究가 世界的으로 붐입니다. 空氣만이 아니라 새소리·물소리·산들바람·풀벌레 울음 등 自然의 소리와 리듬이 주는 波動은 腦와 마음을 便安하게 합니다. 그뿐인가요. 산나물·버섯·맑은 계곡물, 등 뒤로 들리는 저녁 종소리는 또 얼마나 그윽한지요."

서울에도 남산·북악산 등 山이 많은데 꼭 깊은 山이라야 힐링 效果를 느끼나요.

"저만 아니라 우리들이 山을 잘 모릅니다. 대한민국에 山이 너무 흔해서 그런지 山이 주는 智慧와 기쁨, 幸福을 너무 無視합니다. 한강의 기적은 정작 山의 精氣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어요. 그런데 동네 뒷동산 등 山이 많으니까 다들 주말에 우르르 氣를 쓰고 山으로 올라가 고함 지르고 이것저것 먹고 쫓기듯이 내려옵니다.

 

이번 새해 첫날에도 해맞이한다며 山에 올라가 '야호!' 하고 소리소리 지르던데 우리 人間이 잠든 짐승을 깨울 권리가 있나요. 큰 소리에 해도 너무 놀라 도로 들어갈까 걱정했어요. 山에 오면 잔잔한 感動이 일어납니다. 마음이 차분하고 便安해집니다. 이때 뉴런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감동반응이 온몸에서 조용히 일어납니다. 山에 살면 매일 이런 感動에 온몸을 떱니다."



 

 

 

山에서 얻은 가장 큰 智慧는 뭔가요.


"下山의 重要性입니다. 아무리 頂上에 올라도 頂上의 歡喜는 길지 않아요. 올라왔으면 내려가야 하는 게 世上의 理致입니다. 문외한인 제 눈에도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상황도 심상치 않아요. 나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산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르면 내려가야 한다는 이 단순명쾌한 논리를 몸으로 체험했으면 합니다. 사실 하산할 때가 더 위험해요. 서두르거나 뛰어내리다가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下山이라고 반드시 否定的인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어요. 하산에서도 希望的 肯定的 意味를 읽어낼 수 있어야죠. 世界 歷史를 봐도 전성기보다 하산할 즈음의 성숙기에 문화가 탄생합니다. 세계를 정복한 로마, 오스만 터키 등의 전성시대는 전쟁과 약탈, 영토 확장에만 눈이 팔려 야만 일색이다가 안정기와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文化가 꽃피기 시작했어요. 우아하게, 멋지게 하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박사님은 下山을 하지 않고 더 많은 活動을 하고 계속 책을 씁니까.


"下山을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추락하는 것이 아닙니다. 慾心을 비우는 것이죠. 제가 여러 가지 책을 쓰는 이유는 가장 쉽게, 가장 널리 사람들에게 제 生角과 體驗을 傳할 수 있어서입니다. 앞서 말했듯 제가 49세 때 健康을 잃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아프게 됐을까'를 省察하며 스스로의 生活을 되돌아봤습니다. 그때 제가 본 것은 人間과 自然에 對한 한국 사회의 無禮함,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無禮함이었죠. 새롭게 눈뜨게 된 것들을 소재로 해 < 배짱으로 삽시다 > 를 일주일 만에 썼는데 지금까지 170만부가 팔려나갔어요. 당시 병원엔 전국에서 배짱 없는 소심증 환자들이 몰려들어 정신과에만 특별 경비를 세우고 질서를 다잡을 정도였지요. 그 후에도 계속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책을 쓰고 선마을도 만들었어요."

선마을에는 주로 어떤 이들이 옵니까.


"중소기업 CEO, 대기업 간부, 의사들이 대부분이에요.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들이 生活과 意識이 바뀌어야 당장 그 會社 職員食堂의 메뉴가 달라지고, 職員을 對하는 態度도 變합니다. 처음엔 그저 日常에서 벗어나 쉬러 오는데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등이 없으니 '便利敎'의 狂信徒들이 不便해하지요. 그러다 이틀 후에는 그 불편함이 주는 기쁨을 즐기더군요. 즐거운 不便, 즐거운 피로, 즐거운 不足함…, 형광등 代身에 달이주는 포근한 情緖. 달빛이 만든 내 그림자와 함께 걷는 童話의 世界, 촛불을 켠 아늑한 식사를 體驗하며 外部 接觸이 끊어져 腦가 깨끗하게 洗腦되는 過程을 즐기러 옵니다."

왜 현대인들은 다 不安해할까요.


"不安하지 않은 게 非正常 아닌가요. 매일 競爭하듯 쫓기듯 숨차게 진땀 흘리며 사느라 交感神經이 흥분상태가 됩니다. 늘 시끄러운 소리에 귀 막고, 더러운 일에 눈 감고 심지어 매연에 코도 막고 다녀야 하는 것이 現代 都市人들이죠. 職場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不安感, 55세 무렵에 停年退職을 해도 100세까지 生活苦와 健康에 대해 不安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요. 나이 들어서 아프면 生活費가 6배나 들어갑니다. 또 급격히 生活水準이 向上되면서 欲求와 欲望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지난 연말에 선진 5개국을 여행했는데 우리나라만큼 便利함을 추구하는 나라도 없더군요.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도 발레파킹을 해주고 24시간 음식 배달이 되고…. 그런 便利함이 解決되지 않거나 欲望이 充足되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하다보니 不安하고 스트레스 받고 病에 걸리는 겁니다. 제 經驗으로 突然死는 없어요. 평소 生活習慣이 나빠 病을 키웠다가 生活習慣病으로 죽는 거죠."

어떻게 평소 生活習慣을 바꿔야 합니까.


"慾心의 가지부터 치세요. 生活習慣病의 根本 原因은 過慾에서 옵니다.

 

제가 강조하는 '健康을 부르는 마음 習慣' 6戒命을 따라 하세요.

 

①集中하고 全力投球해 잘 버리고 잘 풀어라.

 

②腦를 자극하려면 새로운 世界에 뛰어들어라.

 

③超人的 힘을 發揮하려면 매순간 感動하라.

 

④돌파구를 찾으려면 일단 떠나는 演習부터 하라.

 

⑤돌연사하지 않으려면 3초 멈춰 深呼吸하는 習慣을 길러라.

 

⑥마음의 安定을 원한다면 바른 姿勢를 生活化하라.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幸福하신가요.


"전 幸福을 조금 다른 次元에서 生覺합니다. 전 정신과 의사니까 행복에 대해 腦科學적으로 말할게요. 精神·마음·幸福 등 抽想的으로만 이야기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科學과 醫學의 틀 속에서 점점 實在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腦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될 때 幸福感을 느낀다는 것이 각종 硏究 結果 밝혀졌습니다. 세로토닌은 폭력 조절 기능이 있어 폭력성을 조절 못하고 극단으로 가는 현상이 심한 한국인에게 특히 필수적인 존재죠. 예전에 이상구 박사가 엔도르핀을 얘기하자마자 호응이 열렬했는데, 난 세로토닌을 3년 내내 얘기하고 다녀도 잘 몰라주더군요. 엔도르핀은 강력한 쾌감 효과가 있어 과다 분비되면 중독 증상까지 생기는데, 이 세로토닌은 차분하게, 극단적으로 가지 말고 몸도 마음도 예쁘고 얌전하게 다듬어 조절하며 가자는 것입니다. 山에서 生活하며 自然治癒를 하고, 제 생각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세로토닌이 풍성한 생활을 하니 행복합니다."

세로토닌과 山 外에 다른 關心事는 무엇인가요.


"세로토닌과 연결된 것인데 5년 전에 '세로토닌 드럼 클럽'을 만들었어요. 제가 평생 中學校 2학년을 對相으로 靑少年 問題를 硏究하는데 사춘기,
질풍노도의 이들이 학교폭력 등 문제가 심각하죠. 제가 참석한 청소년문제 심포지엄만 수백개인데 解決된 게 거의 없어요. 各論과 實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 북을 나눠주고 맘껏 북을 치도록 했어요. 북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사를 보내 제대로 북 치는 법도 알려주고, 음악비디오도 보여주면서 신나게 북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했더니 確實히 폭력도 줄고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더군요. 송승환씨가 드럼 클럽 단장인데 시골학생들이 서울에 오면 난타 공연도 무료로 보여주고 멘토 역할도 해줍니다. 올해 光復節에는 100개 학교의 학생들이 獨立紀念館에 모여 광복의 기쁨을 북소리로 표현할 예정입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팔순인데 나이를 意識하십니까.


"전 죽을 때까지 꽃中年입니다. 中年이라는 것은 섹시하다는 뜻입니다. 南子건 女子건 서로 짜릿한 자극을 느끼는 섹시함을 傷失하면 老人이 됩니다. 섹시함은 관능보다 몸과 마음의 健康에서 나옵니다. 매일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뜨고, 낮엔 산책하며 나무와 이야기하고, 밤이 되어 眞情한 山의 모습을 發見하면 永遠히 靑年이나 中年의 感性을 유지하게 됩니다. 慾心 부리지 않고 人生을 여유롭게, 멋지게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근사하고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까. 異性의 視線과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 이것이 섹시함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확실히 섹시했다. 풋풋한 감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휘했다.

팔순에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지만, 옹졸하고 주책맞은 영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아, 일단 나부터 山으로 가야겠다.

<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