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2/법정스님
삶에 저항하지 말라
올 여름에는 거의 책을 보지 않는다.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책을 가까이 접할 수도 없지만
비슷비슷한 소리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돋보기를 맞추어 쓴 지가 10년도 훨씬 넘기 때문에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책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종이에 활자로 박힌 남의 글보다는
나 자신을 읽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뜻밖에 묵은 일기장이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충 훑어보면서 내 삶의 자취가 빛이 바랜 사진첩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995년 6월 17일(토요일), 남불 생 레미에서 쓴 대목.
여행 중에 가지고 간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집>>에서 인용한 글이 실려 있었다.
홀로 명상하라.
모든 것을 놓아 버려라.
이미 있었는지를 記憶하지 말라.
굳이 기억하려 하면 그것은 이미 죽은 것이 되리라.
그리고 그것에 매달리면 다시는 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 끝없는 고독, 저 사랑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토록 순결하고 그토록 새롭게 冥想하라.
저항하지 말라.
그 어떤 것에도 장벽을 쌓아 두지 말라.
온갖 사소한 충동, 강제와 욕구로부터
그리고 그 자질구레한 모든 갈등과 위선으로부터
眞情으로 온전히 自由로워지거라.
그러면 팔을 활짝 벌리고
삶의 한복판을 뚜벅뚜벅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다시 채소를 가꾸며
어떤 학자가 조주 선사에게 물었다.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한 物件도 갖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조주 선사의 대답.
“방하착 (放下着, 내던져 버려라. 놓아 버려라)!”
“이미 한 物件도 갖고 있지 않은데 무엇을 놓아 버리라고 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고 가거라!”
그 학자는 自身의 모든 것을 버렸다는
그 生覺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런 生覺이 남아 있는 限
겉으로는 버린 것 같지만
實際로는 버린 것이 아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갈 때처럼
안팎으로 거리낌이 없어야
비로소 自由로울 수 있다.
老年의 아름다움
요즘 <<계로록(戒老錄)>>, 老年에 警戒해야 할 일들을 읽고 있는데
나 自身의 日常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돌이켜보니 나 스스로도
意識하지 못한 채 같은 말을 되풀이해 왔다.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지나간 時間의 늪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로운 것에 對한 關心과 探究의 努力이 결여되었다는 그 反證이기도 하다.
우리는 自身의 꿈과 理想을 저버릴 때 늙는다. 歲月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對한 興味를 잃을 때는 靈魂이 주름지게 된다.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探究하는 努力을 쉬게 되면 人生이 녹슨다.
무엇보다도 먼저 簡素하고 單純하게 살아야 한다.
꼭 그렇게 必要하지도 않은 物件 더미에 짓눌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살림살이를
수시로 점검하고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손대지 않고 쓰지 않는 物件이 쌓여 있다면 그것은 내게 所用없는 것들이니 아낌없이 새 主人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富者란 집이나 物件을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不必要한 것들을 갖지 않고 마음이 物件에 얽매이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眞情한 富者라고 할 수 있다.
病床에서 배우다
어느 날은 문득 이런 生覺이 들기도 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것도 환자에게는 치유가 되겠다는 생각.
우리들의 성급하고 조급한 마음을 어디 가서 고치겠는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런 병원에서의 시간이야말로
성급하고 조급한 생각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 뒤부터는
기다리는 일이 결코 지루하거나 무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시간에 화두삼매(話頭三昧, 나의 마음과 화두가 하나가 된 狀態)에
들 수 있고 念佛로써 平穩한 마음을 지닐 수도 있다.
-무진장-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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