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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NLL정치 쟁점화, 어떻게 읽어야 하나~~~

장백산-1 2013. 6. 27. 00:26

 

사람세상칼럼우리 사회의 이슈를 명사들이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글입니다.

 

국정원의 NLL 정치 쟁점화, 어떻게 읽어야 하나

2013.06.25

국정원의 NLL 정치 쟁점화, 어떻게 읽어야 하나

 

[미래연칼럼] 대통령기록물 공개는 탄핵·개헌에 비견될 중대 사안이자 역사퇴행

김기정 연세대 교수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문을 전격 언론에 공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여부를 두고 뜨거웠던 정치 공방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싸움판에 뛰어드는 전면전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국면이 되어 버렸다.

 

 

 

대선 불법개입국정원, 궁지 몰리자 국면전환용발췌본 공개

 

이미 알려진 대로 이번 사태는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증거들이 속속 드러났고, 선거 막판 사건 왜곡에 일부 가담했던 경찰 내부에서도 상당히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터였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국기문란 사건이란 것이 세간의 중론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은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여당측 정보위 의원들에게 회람시켰고, 그 내용 중 일부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발췌본을 전격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으로서는 局面轉換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대선 때 톡톡히 재미를 봤던 NLL 문제를 다시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키면 국정원에 가해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가면서 국정조사 분위기를 희석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을 법하다. 그러나 이 무리수가 국정원 계산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기록물 공개는 탄핵·개헌에 비견될 중대 사안

 

발췌본 공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문서 공개의 법률적 쟁점이다. 대통령 기록물은 국내외에서 가지는 정치적 무게와 파장 때문에

법률로 엄격히 공개를 금하고 있다. 꼭 공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가 결정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다.

 

그런데 그 조건이 대통령 탄핵결의나 개헌의결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재적수 3분의 2이상의 동의다.

대통령 기록물 공개는 탄핵과 개헌에 비견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국정원에서는 두 가지

주장으로 법률위반을 피해가려 한다. 하나는 대화록이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나마 그 내용의 상당부분이 이미 공개된 만큼 2급 비밀로서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녹취록 음성파일을 국정원이 문서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미 법률전문가들이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다. 문서 작성의 주체가 회담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 음성파일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직접 만들었고 녹취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절차나 내용, 어디에도 대통령 기록물을 공공기록물로 해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공공기록물로 간주했다는 국정원의 판단이 법률위반이라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감행된 일반문서로의 재분류 작업은 그야말로 자의적이고 전횡적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으로서야 국면전환 전략으로 판단했겠지만, 법률위반 여부는 두고두고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 ‘NLL 정치쟁점화전략은 국민 우습게 본 歷史退行의 길

 

 

두 번째 쟁점은 이를 局面轉換이라고 믿는 判斷力에 관한 대목이다. NLL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자극하는 뇌관과 같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心理構造를 냉철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냉전기 동안 축적되어 왔던 대중들의 두려움과 증오의 심리를 자극하면 萬事가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들로서는 최적의 물타기 기제인 셈이다. 사실, 대중들의 집단 심리는 관성을 가지면서 천천히 변화한다. 관성은 신념화석화 현상과 더불어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다. NLL 정치 쟁점화 시도는 이 두려움을 끝없이 자극하려는 전략인 셈인데, 이러한 심리에는 과거 경험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새로운 전략에 착상하지 못하는 게으름, 국민들에 대한 경시의 태도가 묻어 있다.

 

적당히 겁주면 국민들은 그저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의 반복적 사용으로 결국 역사발전이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발췌본공개, 회의록 내용 교묘히 왜곡할 가능성 있어

 

세 번째의 쟁점은 회의록 발췌문 내용에 관한 것이다. 사실, 회의록 공개도 문제지만, 발췌본은 더욱

歪曲될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特定한 부분만 발췌했기 때문이다. 발췌를 주도하는 측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될 리 없다. 사실 과거에 존재했던 사실(事實)을 다루는 역사학자들 간에도 논쟁이 생기는 이유가 문서의 選別적 選擇 때문이다. 더욱이 이 발췌본이 언론이 주도하는 또 한 차례의 발췌 또는 여과 작업을 거치면서 기묘하게 프레이밍 (framing)될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그나마 몇몇 언론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발췌본이라도 전문을 인터넷 상으로 공개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 발췌본 내용 구성은 NLL과 서해평화구상과 관련된 발언은 물론이고 BDA, 경수로 사업과 미국에 대한 비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반미, 종북이라고 쉽게 매도할 수 있는 내용들이 NLL 문제와 같이 엮여 있다.

 

 

 

‘NLL 포기 발언어디서도 찾기 어려워

 

그런 조심스러움을 충분히 전제하고 實際 NLL 문제에 관한 언급만 도려 놓고 살펴보자.

NLL 자체가 국제법적으로 국내법 (헌법의 영토규정) 상으로도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는 점은

관련 분야 학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동안 남북간 해상분계선으로서 기능해 왔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노대통령은 그 조악한 발췌본에서도 그러한 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무슨 괴물처럼 되어 있지만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것이 NLL이라는 지적이다. NLL을 포기한다는 명시적 발언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굳이 의역으로라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을 찾으라면 북방한계선과 우리 (북측) 군의 경계선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 사이의 수역을 평화구역으로 하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 저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대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18쪽의 내용이다.

 

그나마 그 뒷부분의 내용은 없고 발췌본은 바로 35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북측의 해상분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측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제안한다는 것이 정상회담 준비과정부터 이후까지 일관된 논리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의 주장에 적극 동의하지 않으면서 다만 관심이 많은...”이라고 포괄적 대답을 했을 터이다. 정상회담 이후 NLL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방장관 회담이 있었고 그것이 파행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NLL 문제에 대해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장관 소신대로 하시라고 언급했다는 내용, 그리고 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연설에서도 자신 있는 어조로 이번에 가서 NLL 지키고 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보면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노대통령 역시 韓國 社會의 保守性을 認知하지 못할 정도의 지도자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그 역시 NLL지킨다는 언술을 배제하기 않았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지켜내느냐가 관건이다. 거기에서 對立과 共存의 解法이 달라진다. 우리 젊은이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지킬 것인가, 아니면 평화공존의 방법으로 지켜낼 것인가의 차이다.

 

 

 

“NLL 바꿔야발언은  ‘NLL포기아닌 서해 평화지대큰 구상 밝힌 것

 

69~70쪽 내용에는“NLL을 바꿔야한다는 발언을 두고 일부에서는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을 할 법하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을 함께 읽는다면 바꾼다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서해바다 전체를 평화지대로 하자는 구상임이 명백하다. 요컨대 서해바다를 安定的으로 관리하기 위한 접근법의 槪念 變化다.

 

全切를 平和體制로 만들고군사적 대립의 방법이 아니라 경찰로서 관리하자는 새로운 접근을 담고 있다. 대화의 맥락성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극히 짧은 내용으로 편집되었지만 그 속에서 재구성해 낼 수 있는 노대통령 발언의 核心은 平和와 安保에 관한 새로운 接近法이었고, 그 요체가 西海平和地帶 構想이다. 평화란 것이 군사적 대결, 즉 협의의 군사안보 개념만으로 성취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그러하고 역사적으로도 그러하다. 이미 유럽이 그랬듯, 군사적 안보와 더불어 공동안보, 협력안보를 통한 공존이 병행되어야 평화를 향한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다.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 경제 지도를 크게 덮겠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에는 대결의 바다로부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창의적 구상이 선명하게 읽힌다. 대결의 한반도를 공존의 한반도로 轉換시키고자 했던 큰 그림이 보인다. 지금은 이미 퇴색해버린 고화(古畵)처럼 치부될지 모르나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이 열강들의 셈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뭔가 우리의 손으로 창의적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면 그 역시 서해평화의 길을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김기정 연세대 정외과 교수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http://www.futurekore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