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금강경 이야기’ 펴낸 진불선원장 설우 스님
금강경은 반야지혜 드러내는 근본
이는 곧 공이며 연기이자 상생을 뜻해
아무리 교법에 밝고 수행력 뛰어나도
중생에 대한 회향 원력 없으면 무의미
금강경 가르침 따라 사물과 형상에
집착 일으키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살행 실천하면 깨달음은 여러분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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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은 부처님의 반야바라밀 사상을 잘 드러낸 경전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구게(四句偈)가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지요.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즉 ‘무릇 형상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이 형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게 되리라’는 이 사구게 때문에 ‘금강경’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다른 말들은 모두 이 사구게를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설명해 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금강경’의 생명이고 부처님의 골수입니다.”
그동안 재가불자들을 대상으로 설했던 ‘금강경’ 강의를 ‘설우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금강경 이야기(전2권)’로 펴낸 진불선원장 설우 스님은 사구게를 이 경전의 결정체로 꼽았다. 전체 32분에 달하는 많은 말씀이 모두 이 사구게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덧붙인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화두 참구에 일로매진했던 수좌다. 때문에 최근 대중들로부터 설법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책을 펴내는 일이 쓸데없이 말 한마디 더 보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기도 했었다. 여기에는 “책 보는 수좌를 ‘천한 승객’”으로 일컫는 선방문화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미 저자에 나와 선불교 포교를 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주저할 일 만은 아니었다. 이때 출가 후 30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도 새삼 떠올랐다.
“성철 스님이 책을 못 보게 했었지요. 그런데 그 당시 당신은 책을 보면서 제게는 보지 말라고 하니, 이해가 잘 안됐습니다. 물론, 훗날 책은 수행을 통한 안목과 정견이 섰을 때 읽어야 지혜를 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 이해를 했습니다. 정견이 없으면 남이 써 놓은 것을 보면서 내 주관은 없이 남의 논리에 젖어들기 때문입니다.”
수행자가 책을 통한 알음알이로 인해 화두 참구에 침해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님은 초학자들의 경우 책을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두 공부를 위해 화두가 갖는 사유의 세계를 이해하고, 법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연기사상을 정립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지요. 연해서 일어난다는 것, 모든 것은 그렇게 관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관계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 변화는 제행무상을 말합니다. 관계는 또한 변화 속에서 지속되고, 이때의 변화는 상생시킬 수 있는 변화를 말하는데 이러한 사상체계를 책을 통해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출가 후 30년 동안이나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스님이 이처럼 생각이 바뀐 데는 이유가 있었다. “1995년 몸에 병이 생기고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을 하면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나와 세상은 어떤 관계인가를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그 후로 책을 가까이 하면서 경전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간화선 지침서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책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 그때 간화선 지침서 제작에 참여한 일이 계기가 되어, 그 후로 곳곳에서 강의 요청이 이어졌다. 창원 불교의 새로운 모델이 된 진불선원도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평소 아무런 인연관계가 없는 곳에서 선불교 포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창원에서 법회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건물에 ‘세를 놓는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즉흥적으로 여기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진불선원이 탄생했고, 결과는 놀라울 정도의 성공이었다. 처음 시작한 ‘육조단경’ 강의에 창원을 비롯해 마산, 진해, 부산 등에서 많은 불자들이 찾아왔다. 선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가르침과 실참 지도를 원했던 불자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설우 스님의 강의는 어렵지 않기로 유명하다. 경전 말씀을 생활 속 이야기에 비유해 실생활에서 자신을 바꾸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행복한 금강경 이야기’도 불교텔레비전과 창원 진불선원에서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교리적 풀이에 중점을 둔 기존 해설서들과는 차이가 많다. 일상생활에서의 마음 씀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그러한 내용들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
“‘금강경’은 모든 반야지혜를 드러내는 근본입니다. 문수의 지혜이지요. 지혜는 공을 말하고, 공은 곧 연기입니다. 여기서 연기는 관계성을 말하는데, 이것이 곧 상생을 뜻하는 것이고 이러한 것을 실현하는 것이 보현행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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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일 새벽 보현행원품을 읽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스님은 “10년, 100년 공부도 좋지만 공부가 생명으로 살아나려면 원력이 있어야 한다”며 보현행원품이 ‘만선만행(萬善萬行)’의 원력임을 강조했다. “그것이 곧 부처님이 온 이유이고 저자에서 살아간 모습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성성적적과 적적성성을 말하는데, 그것도 역시 사회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선은 결코 따로 있지 않습니다. 불심이 곧 선이고, 부처가 부처로서 부처의 삶을 사는 게 곧 선입니다. 따라서 교법에 밝고 아무리 수행력이 뛰어나도 중생에 대한 회향 원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스님이 창원 진불선원을 창건하기 전 주석했고, 지금도 시시 때대로 찾는 청주 법인정사에서 매일 150인분의 무료급식을 마련해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매일 새벽 보현행원품을 읽는 까닭이기도 하다.
“종교의 본질은 서로 상생시키는데 있으며, 불교는 부처님 말씀에 의지해 소통함으로써 서로가 행복한 상생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스님은 “수행자가 교리적 틀을 만들어 거기에 갇히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수행자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곧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그래서 스님은 책을 펴내면서 “‘금강경’은 반야지혜를 열어서 보살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경전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에 따라 어떤 사물이나 형상에도 집착을 일으키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살행을 실천하다보면 깨달음은 곧 여러분의 몫이 될 것”이라며 ‘금강경’을 읽고 실천하는 불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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