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틀 속에도 갇히지 말라. 성격, 특기, 주변 환경, 가족, 직장, 친구, 꿈, 희망, 종교, 사상, 삶의 방식 등 어떤 것이라도 그 안에 갇히는 순간 삶은 정체된다. 갇히면 거기에 머물게 되고 , 머물면 집착이 생기며 집착이 생기면 그에 따른 괴로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갇힌 삶은 생기와 순수성,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잃게 만든다. 틀에 갇힌 삶은 집착과 욕망의 확장을 향해 치닫는다. 그것이 전부라고 확신하면서.
어떤 이념이나 종교, 사상이 되었든 그 안에 갇히는 순간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잃고 만다. 틀 밖에서 살고 있는 자유로운 시선에서 본다면 그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훤히 보이겠지만 그들 눈에 그것은 갇힌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틀 속에 갇혀 있다. 꽁꽁 묶여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묶여 있고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틀을 깨고 잠시 벗어나서 바라보면 그 틀이 그다지 견고하지도 않고, 나의 전부인 것도 아니며, 언제든 벗어나도 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직장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직장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 하나에 목숨 걸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진급하지 못했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틀 속에서 이제 비로소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어떤 사상과 가치관, 틀 속에 매여 있는지를 분명히 본다는 것은 어렵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일평생 동안 해야 할 것은 내 삶과 행위 전체를 틀 속에 가두지 않은 채 텅 빈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일이다. 그 때 그 틀이 무엇인지 보게 되고, 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틀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삶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특정한 목표와 꿈을 정해놓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 꿈과 희망은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꿈과 희망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미리 정해져 있으면 그것은 집착일 뿐이다.
제행무상, 변화야말로 우주적인 진리가 아닌가. 꿈과 생각, 가치관 등 세상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을 때 우주적인 조화의 한 축에 낄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어떤 틀에 갇혀 그 안에서만 아등바등해서는 이 우주 법계의 동반자도 주인도 될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당신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말고, 당신의 가르침을 절대시하거나 당신의 가르침을 고정된 것으로 알지 말라고 누누이 밝히고 있다. 끊임없이 지켜보라. 과연 나는 어디에 갇혀 있는가.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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