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 의미의 세 차원 / 김용표 교수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절대자유 空
공사상(空思想)은 초기 불교의 연기설(緣起說)을 재해석
하여, 붓다의 기본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밝힌 대승불교의
核心的인 종교철학 思想이다.
‘공(空)’이라는 용어는 ‘sunya’(텅~ 빈)라는 형용사나 ‘sunyata’(공한 것, 空性)이라는 명사의 번역어이다.
초기경전(初期經典)에는 ‘空’이라는 용어가 주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통찰한 결과 얻어지는 삼매(三昧)의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대승불교에서 空의 槪念은 보다 다양하게 展開되었는데
대승경전의 母體인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과 그 주석서인 〈대지도론(大智度論)〉에는 空의 意味를 다음과 같은
열여덟 차원(十八空)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 내공(內空): 인식의 주관인 몸과 마음의 요소, 즉 감각
지각 사고 인식의 작용을 일으키는 요소가
다 空함을 말한다.
2. 외공(外空): 인식의 대상이 되는 외적 객관이 空함을 말한다.
3. 내외공(內外空): 이것은 앞의 두 가지를 함께 부정한 것이다.
4. 공공(空空): 空도 또한 空함을 말한다.
5. 대공(大空): 시방(十方/우주공간)과 虛空 등의 空間이라는
觀念을 부정하는 것이다.
6. 제일의공(第一義空): 第一義는 窮極的 眞理의 本體인
진여(眞如)나 열반 등을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진리상도 사실은 空하다는 의미이다.
7. 유위공(有爲空): 인연에 의해 생성된 현상의 모든 존재들은 변화하고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다.
8. 무위공(無爲空): 인연에 의해 생기지 않는 虛空, 열반 등과
같은 無爲法도 空하다.
9. 필경공(畢竟空): 불교 外의 사상에서 말하는 실유관(實有觀)이나 불교의 나와 법에 집착하는 실유관 등을 모두 否定한다
10. 무시공(無始空): 시간적으로 세간이나 중생, 모든 사물에
어떤 始作이 있다는 觀念을 否正함이다.
11. 산공(散空): 現狀界는 인연에 의해 생성되므로 인연의
화합이 없어지면 空하게 된다는 것이다.
12. 성공(性空): 일체 존재 요소의 자성(自性)이 空이라는
의미이다. 인연에 依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본래의 실체가 空하다는 것이다.
13. 자상공(自相空): 성공(性空)은 佛性과 眞如는 本體가 그대로空함을 말하는 총상(總相)이라면 自相空은 온갖 萬物의 個別的인 存在性인 별상(別相)을 否定함이다.
14. 일체법공(一切法空 ): 앞에 말한 一體 諸法의 空함을
통틀어 말한 것이다.
15. 불가득공(不可得空): 인식론적으로 무엇을 알고 얻을 것이 있다는 觀念조차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16. 무법공(無法空) : 현상의 모든 法이 이미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17. 유법공(有法空): 현상은 인연에 의해 존재하는 가유
(假有)일 뿐 그 本質은 空하다는 것이다.
18. 유법·무법공(有法·無法空): 시간적 존재뿐만 아니라
공간적 존재까지도 모두 空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空의 교설이 內包하고 있는 空의 意味를
세 차원으로 나누어 해명해 볼 수 있다.
첫째, 存在論的으로 空은 모든 實體의 無子性性과 緣起性을 의미한다. 인연에 의해 생성된 모든 현상의 존재들은 변화하고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다.
諸法은 因緣에 依해 存在하는 가유(假有)일 뿐 그 實體(substance)는 空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방(十方)과 虛空 등의 空間 觀念이나, 중생이나 모든 사물에 어떤 始作이
있다는 時間 觀念도 空하다고 한다. 이러한 空의 緣起論的
의미를 공의(空義)라고도 한다.
둘째, 인식론적 차원에서 볼 때 空은 얻을 것도 없고 얻어야 할 진리(法, Dharma)라는 觀念도 없다. 무엇을 알고 얻을
것이 있다는 觀念조차 있을 수 없다.
이를 무소득공(無所得空) 또는 불가득공(不可得空)이라고도 한다. 깨달을 法이 없기 때문에 眞理를 求하고 얻고 깨달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空도 또한 空하다(空空)고
한다.
이것은 모든 存在의 要素가 다 空하다고 하면 空이라는 것은 存在할 것이라는 空의 實在化와 觀念化의 誤謬를 論破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평등일미(平等一味)한 諸法의 眞實相을
공성(空性)이라고도 한다.
셋째, 종교적으로 空의 眞理는 無明과 煩惱를 打破하고 戱論을 寂滅케하는 수행 방법이다. 이러한 空의 목적과 효용을 공용(空用)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空의 體得에 의해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絶對 自由와 테두리 없는 마음을 얻는 것이다.
여기에서 대승 보살 윤리의 근본이 되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동체자비(同體慈悲)와
무연자비(無緣慈悲)의 실천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김 용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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