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적 세계관으로 새로운 경제적 세계관 재구성 / 윤성식 고려대 교수
예산과 회계 전공학자 뒤늦게 불교 입문‘시장자본주의 대안으로서의 불교자본주의 연구’ 주제로 동국대서 두 번째 박사학위 “한국불교가 제 역할 못하면 서양불교 수입해야 할지도 몰라 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불교의 사회갈등 해소 노력이보다 쉽게 수용될 수 있을 것”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교와 돈(자본)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윤성식(법명 서우)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다. 윤성식 교수는 불교자본주의 이론을 소개하며 불교는 친자본주의, 친시장주의적 종교라며 불교자본주의이론을 설파했다. 지난 9월30일 고려대 정경관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경전속의 부처님 말씀을 잘 분석해 보면 시장자본주의에서 고통을 겪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자본주의 자체를 개혁할 수도 있다”며 불교자본주의이론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윤성식 교수가 본격적으로 불교와의 인연을 맺은 것은 비교적 짧은 13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00년 고려대로 향하다가 우연히 ‘보리수선원’의 간판을 본 윤 교수는 곧바로 사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당시 개인적으로 여러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던 윤 교수는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컸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리수선원에서 위빠사나수행을 통해 불교를 접한 윤 교수는 보다 체계적인 불교공부를 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 3개월 과정의 조계사불교교양대학을 마친 윤 교수는 2년 과정인 조계사불교대학을 거쳐 동국대 불교학과 석.박사과정까지 연이어 마쳤다.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좋아져 불교에 심취하게 된 윤 교수는 불교공부를 이어 가면서 자연스레 돈과 재물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각각 2개씩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과정에서는 행정학과 경제학을, 석사과정에서는 회계학과 불교학, 박사과정에서는 경영학과 불교학을 각각 중복 전공했다. “저의 주 전공분야가 ‘예산’과 ‘회계’이다보니 그 부분이 특별히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동국대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공부의 관심이 수행에서 불교경제학, 불교경영학 으로 방향이 전환됐어요.
처음 불교를 시작할 때는 저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수행으로 인연을 맺었다면 지금은 돈과 재물에 관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불교와 저를 잇는 중요한 인연이 된 듯합니다.” 윤 교수는 수행을 하기 전 후의 삶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보다 일찍 불교수행을 접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만 아니라 이전의 삶은 마치 낭비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위빠사나수행에다가 대학시절에 배운 요가의 호흡법과 명상을 병행해 저만의 수행법을 만들어 정진하고 있습니다. 위빠사나의 알아차림(sati)을 죽는 날까지 24시간 유지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시장자본주의 대안으로서의 불교자본주의 연구’를 주제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윤 교수는 2011년 10월 <불교자본주의>라는 저서를 발간하고 ‘윤성식 교수의 불교자본주의(profyoon.tistory.com)’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불교자본주의 이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윤 교수는 불교자본주의는 불교경전에 쓰여 있는 돈에 대한 부처님의 관점에서 새로운 경제학과 경영학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라고 소개했다. 즉 緣起的 세계관으로 경제적 세계관을 새롭게 재구성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특히 윤 교수는 부처님 당시 부자들이 불교의 열렬한 신자였으며 초기경전에도 많이 소개된 돈에 관한 이야기를 분석하면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님의 말씀이 당시 부자들에게 허튼 소리로 들렸다면 불교를 좋아했겠습니까. 초기경전을 살펴보면 불교는 친자본, 친시장적임을 알 수 있지요. 초기경전에 나온 돈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을 잘 분석해보면 시장자본주의에서 고통을 겪는 현대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 시장자본주의 자체를 개혁할 수도 있다고 확신합니다. ” 윤 교수는 기존의 경제학이나 경영학, 더 나아가 사회과학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론이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자본주의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제안하고 나아가서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학문적 시야를 널리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영역까지 넓히고자 하는 시도이지요. 기존의 사회과학은 人間의 變化를 念頭에 두지 않고 人間의 本性을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그것을 활용하려 합니다. 하지만 불교의 精神은 人間을 變化시켜 참된 發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 불교자본주의 이론의 전파를 위해 부르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불교자본주의 홈페이지를 찾는 인원은 아직 적지만 마니아층이 생겼고, 비불교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청중들의 반응이 예상 밖으로 뜨겁게 나타나는 등 반응이 좋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대외활동을 줄였지만 불교단체나 사찰 강연 등 불교 관련 일 만큼은 거절하지 않고 인연이 닿는 대로 찾아가 강연하거나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자본주의를 전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조계종 화쟁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 교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어 불교계의 활동이 쉽지 않긴 하지만 부처님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방법론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政治的인 問題는 理性의 領域이 아니라 우리가 사과를 좋아하느냐 오렌지를 좋아하느냐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感性의 領域입니다. 아무리 좋은 해법이라고 해도 그것은 특정집단이 더 선호하는 해법이기 쉽기 때문에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불교의 사회갈등 해소 노력이 보다 쉽게 수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윤 교수는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감사원장으로 내정됐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코드인사라며 문제 삼아 낙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04년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으로 임명돼 활동할 때 세계은행과 협력한 디지털 예산 회계시스템 구축, 자치경찰제 도입, 외교통상부 혁신, 공직개방과 계약직공무원 채용 등을 비롯한 공직인사제도의 혁신과 성과주의예산제도의 도입 등을 주도했다.
‘고위공직자들의 공적1호’로 손꼽히며 정부혁신에 대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부혁신은 정말 어려운 개혁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개혁입니다. 하지만 혁신이 어느새 실종돼 상당부분 중단돼 버렸지요. 과거에 뿌려놓은 혁신의 씨앗이 싹을 틔우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정부역량을 갖추는 만큼 다시 한번 정부 혁신의 열풍이 불길 기대합니다.”
윤 교수는 불교적 관점에서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 특히 대학교수인 만큼 젊은이들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윤 교수는 불교적 관점에서 삶을 살아야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20대를 위한 인생상담에세이집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를 지난 6월 출간했다. “서양에서는 지식인들이 불교에 열광하고 있으며 現代人의 苦痛 解決策으로 불교에 注目하고 있지요. 한국불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서양에서 불교를 수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서양불교를 수입하는 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불교가 제 역할을 하고 서양에도 기여하면 인류가 더 발전하리라 봅니다. 한국불교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싶습니다.”
불교신문/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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