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卽是(현금생사즉시)

 

 

 

 

 

 

 

<해인사 기둥에 적힌 가르침 :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

해인사에는 부처님이 설법하신 모든 가르침(法門)을 다 모아 목판에 새긴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경판이 갖는 학술적, 예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너무 뛰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길이길이 보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4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중생들에게 쏟아 놓은 깨달음의 내용은 어마어마 합니다. 

권수로는 7천 권에 달하며 글자 수로는 5천만자가 넘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가르침이 중생들에게 필요했을까요? 그것은 순전히 중생들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부처님은 설법을 듣는 상대방의 근기 수준이나 계층 또는 직업에 따라 달리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러 응병여약 (應病與藥 : 병에 맞추어 약을 쓴다), 대기설법 (對機說法 : 근기에 맞추어

설법한다)이라 하는데, 부처님은 이미 2500년 전에 눈높이 교육법의 효과를 아셨던 것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그 많은 가르침을 연구하고 열두 자의 한자어로 간추려 나타낸

글귀가 대장경을 모셔 놓은 건물 장경각 중앙 양 기둥에 주련으로 걸려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 읽어도 다 알지 못할 내용을 단 열두 자로 요약하였으니
요즘 세상에 이만한 족집게 과외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원합니다. 1등을 원하고, 성공을 원하고, 돈, 명예, 장수, 건강과 

아름다움, 편안함, 잘먹는것을 원합니다. 어쩌면 필사적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모든 것의 

궁극점은 나와 우리 이웃 모두의 행복(幸福)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기둥 주련에는 '幸福(極樂, 淨土, 깨달음, 부처)은 어디에 있습니까? 즉, 圓覺道場何處

(원각도량하처)' 라는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이 질문은 사람들이 종교에 歸依(귀의)하는 原因이며 

삶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왼쪽 기둥에 걸려 있는 주련에는 어쩌면 싱겁

기도하고 충격적인 말씀이 있습니다. '幸福은 내가 딛고 서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희비가 교차하는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 즉 '現今生死卽是 (현금생사즉시)'라는 글귀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우리가 부대끼며 사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를 놓치고서 애써 다른 곳에서

뭘 잡으려 노력하는 것은 모두 환(幻)이며 꿈(夢) 물거품(泡) 그림자(影)일 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목숨바쳐 살피고 애써야 할 時間과 空間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 에 활짝 깨어있는 당신의 모습은 그 자체가 부처로써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런 당신은 무상(無常) 속에서 永遠을 사는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 관암스님 - (전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실장)

가져온 곳 : 블로그 >청산녹수님의 블로그 글쓴이 : 청산녹수|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