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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지말자 죽게 하지도 말자 / 법정스님
내가 듣는 바깥 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귀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 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어린 세 자녀를 죽여 암매장했다고 한다. 같은 인간의 처지에서 참담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럴 만한 因緣이 있어 그 부모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 自體가 하나의 獨立된 神性한 宇宙다. 자기네 부모나 자식 혹은 형제와 자매 친구들을 죽이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끼리 살육하고 파괴하는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 마음의 폭력의 작용이다. 죽이는 일을 즐기기 위해서 죽이기도 한다. 이것을 요즘 사람들은 '레저'라고 한다. 여가를 이용한 놀이와 오락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놀이와 오락으로 즐기고 있다니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가.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거미줄 같은 그 가는 생명의 숨결이 얼마나 엄숙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서로를 사랑과 존엄성을 지니고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거죽만 사람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진정한 인간은 아니다. 그의 집은 남산 서쪽 기슭인 은냇골 어귀에 있었다. 고기는 끓여서 먹고 그 뼈는 담 밖에 버렸다. 그 핏자국을 따라가보니 전날 수달을 잡았던 그 근처 보금자리에 수달의 뼈가 고스란히 다섯 마리 새끼를 안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속세를 등지고 출가 수행자의 길로 떠났다. 죽어서 버려진 뼈가 새끼를 안고 있었겠는가. 짐승도 이러는데 사람이 어떻게 어린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靈魂은 不生 不滅이기 때문이다. 사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파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中心에 神이, 혹은 佛性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보고 들을 줄 알고 꿈을 꾸는가. 무엇이 꽃 향기를 식별할 줄 알며, 무엇이 맛을 볼 줄 알며 무엇이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생각하는가. 人間事는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받는 因果關係로 엮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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