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왜? 방탄 조끼를 벗을까

 

 

 

 

 

 

[백성호의 현문우답] 교황은 왜 방탄 조끼를 벗을까

중앙일보 | 백성호 | 입력 2014.08.02 00:36 | 수정 2014.08.02 12:00

 

기사 내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에 즉위한 이듬해 터키로 갔습니다. 방문 이틀 전에 2만 명의 무슬림이 터키에서 반대 시위를

했습니다. 교황은 겉옷 안에 防彈 조끼를 입었습니다. 防彈 유리로 된 교황 의전용 차량이 못 미더워 강철로 된 特殊

防彈 차량을 썼습니다. 교황 방문지에는 테러에 대비한 정예 저격수와 폭탄 처리 전문가, 대테러 요원 등이 배치됐습니다.

이달에 訪韓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걸 去否했습니다. "방한 때 防彈 차량을 써달라"고 제안했더니 교황청 고위 성직자는 이렇게 답했답니다. "그럼 교황님이 한국에 안 가실 걸요." 그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침이 확고하다는 뜻입니다.

 

↑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대체 理由가 뭘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어느 교황도 성공하지 못했던 바티칸 改革을 시도 중입니다.

內部의 敵이 꽤 있습니다. 또 이탈리아 마피아를 向해 파문을 선언했습니다. 暗殺 危險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보호막을 치지 않습니다.  防彈 조끼도  防彈 차량도 거부합니다. 왜 그럴까요.

解釋은 여럿입니다. 어느 主敎에게 물었더니 "연세가 78세다. 그 나이에 무엇이 두렵겠나?"라고 하고,

또 어떤 신부는 "오지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신부와 수녀들도 있는데, 어떻게 당신의 목숨만 챙길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합니다. 가만히 生覺해봅니다. 아무래도 거부하는 거기에는 더 깊은 理由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방탄(防彈). 말 그대로 총알을 막는 일입니다. 총알이 대체 뭘까요. 銃口에서 날아오는 금속 덩어리만 총알일까요.

우리의 삶에서도 총알은 수시로 날아옵니다. 우리는 거기에 맞고, 피 흘리고, 상처 입고, 아파합니다. 그래서 다들

防彈服을 찾습니다. 좀 더 安全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結局은 깨닫게 됩니다. 그런 삶은 世上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四方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모두 避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다시 묻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 防彈이란 뭘까. 총알을 막는 진짜 方法은 뭘까. 예수는 그걸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리의 方式과 正反對입니다. 우리는 防彈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또 하나 껴입고, 그 위에 또 껴입습니다. 둔해진 몸으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에 덜덜덜 떨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의 方式은 다릅니다. 그는 防彈 조끼를 벗습니다.

하나를 벗고, 또 하나 벗습니다. 그렇게 계속 벗은 자리가 바로 十字架입니다. 알몸으로 매달린 예수는 十字架 그곳에서

自身의 生命까지 벗었습니다.

그런 예수를 向해 銃을 쏘아 보세요. 예수가 과연 銃에 맞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銃에 맞지 않습니다.

十字架에서 自身의 목숨까지 내어준 이에게는 '내 뜻'이 없으니까요. '하느님 아버지 뜻'만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총알로 예수를 맞힐 수가 있겠습니까.  '내 뜻'이 없는 이는 '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가만히 짚어보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숨지 않습니다. 防彈의 유리, 防彈의 철갑을 몸에 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防彈 조끼를 벗고, 防彈 車 밖으로 나갑니다. 사람들은 그걸 "破格이다" "勇氣가 넘친다"고 말합니다.

제 눈에는 그게 十字架를 向한 걸음걸이로 보입니다. 하나를 벗고, 또 벗고, 또 벗어서 十字架를 찾아가는 겁니다.

모두 벗어진 자리, 十字架 자리 거기야말로 完全한 防彈의 자리니까요. 그 十字架 자리야 말로 삶에서 날아오는

모든 총알로부터 自由로운 자리 大平等의 자리 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마음을 찢으라"고 강조합니다. '나'를 지키는 防彈 조끼를 찢으라는 말입니다.

防彈 조끼를 찢고, 防彈 유리를 찢고, 防彈 車를 찢을 때 그때 우리는 十字架를 만나니까요. 어쩌면 마피아가

교황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것도 그가 오히려 모든 防彈 조끼를 벗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더 이상 

벗을 防彈 조끼가 없는 그곳 十字架 자리 그곳이야말로 어떤 총알이라도  닿지 않는 자리니까요.

 

<백성호 중앙일보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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