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상병들에게 물었습니다. ‘끝까지 기다릴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는
깔깔거리면서 이별에 대해 그리 큰 의미부여를 안 하더군요. 심지어는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복학할 때 쯤이면 15, 16학번 새내기들이 들어오니까 연하의 새내기들과 사귀겠다며 좋아하데요.
마지막으로 병장들에게 물었습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면 어쩔거냐?’는 질문에는
“나만 좋다고 두 눈 부릅뜨고 2년을 기다리는 그런 독한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제가 본 어떤 이등병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격하게 공손한 태도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만 하면
내가 다 바꿀게.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아줘.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울면서 나오더군요.
이등병들은 뭘 해도 처절합니다. 반면에 병장들은 헤어지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담배 한 대 피우며 다
털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내무반으로 들어가 후임병들을 집합시킵니다.
“누나 있는 사람 손들어 봐” 하는거죠.
이처럼 계급별로 이별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른데요, 사실 계급별로 다르다기 보다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과도하게 집착하던 사람은 그 후유증도 길고, 괴로움도 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사랑할지라도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헤어질 확률도 적어집니다.
‘집착하는 것과는 멀어진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돈도, 사랑도, 진급도, 뭐든지 집착하면 멀어집니다.
사랑하다가도 상대방이 나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매력이 떨어지게 마련이지요.
군인들이 여자친구와 잘 헤어지는 이유도, 전화 통화 내용만 보면 딱 나옵니다. 대부분 군인들은 통화 내용이
이래요. “너 오늘 점심, 저녁은 누구랑 먹었어? 술도 한 잔 한거 아니야? 남자도 있었어? 남자가 옆에 앉았어?
몇 시에 집에 들어갔어?”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매일 같이 캐묻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자 쪽에서는 남자의
집착심을 강하게 느끼고 슬슬 거부감이 들면서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는 거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를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사랑이 성숙되고 익어갈 수 있는 텅~빈 공간을 띄워 두세요.
마음이 너무 사로잡혀서 애착하게 되면 참된 순수한 사랑의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고 맙니다.
집착을 조금 내려놓으면, 사랑은 한발 더 가까워집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