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배영순 교수의 방하 한생각> 2012.0812 성공 그리고 보상의 그림자 |
성공(成功)한다는 게 무얼까? 성공의 사전적 개념은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경우, 목적 자체가 분명치 않고 깨끗하지 않다. 이를테면 염불이 목적인지, 잿밥이 목적인지가 분명치 않다. 그러니까 성공의 개념 자체가 오염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가령 수학자가 어떤 누구도 풀지 못한 난제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일까? 아니면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을 타는 게 목적일까? 진짜 목적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상을 타는 것은 문제를 푸는데 대한 보상이지 그게 목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보상이 목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공한다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이지 보상을 받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러시아의 천재수학자, 페렐만은 <푸앙카레의 추측>이란 난제를 풀었다. 그러나 그는 수상을 거부했고 100만 달러의 상금도 거부했고 세계 명문대학의 교수초청도 모두 거절하고 은둔해버렸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정회원도 거절했다. 그는 여전히 가난한 생활에 자족하고 있다. 수학이 좋아서 수학을 했고 문제를 푼 것으로 그만이지 세상의 관심을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페렐만의 천재성에 경탄하고 그를 부러워하지만, 그의 목적의식이 순수하고 보상의 그림자에 물들지 않았다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보상의 그림자에 오염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에서 천재성이 나온다는 것, 그 점을 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상을 목적으로 한다. 가령 의학을 전공해도, 사람을 고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는 게 자기 입신출세의 수단이 된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목적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보상이 목적이 된다. 그 보상을 목적으로 의학을 한다. 이미 번지수가 틀린 목적을 향하는데 거기에 성공이 자리할 수 있을까? 동창회를 간다. 의사를 하는 한 친구가 소문나게 돈을 벌어서 큰 빌딩을 갖고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그래서 다들 그 친구는 성공했다고 한다. 정말 그 친구가 사람을 잘 고치고 의사로서의 품격을 갖춘 의사이냐는 관심이 없다. 다들 그 친구의 빌딩이 얼마 짜리냐에 관심이 있고 그 친구가 어떤 고급 외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느냐에 관심이 있다. 그게 성공의 기준이다. 다른 여타의 학문들도, 기술과학도 그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목적 자체가 이미 오염이 되어 있다. 염불이 목적이 아니라 잿밥이 목적이 되어 있다. 무슨 짓을 하든, 대박만 나면 성공이다. 성공의 개념이 오염이 되고 타락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는 우상과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그들처럼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직하게 물어보자.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가 거둔 세기적 대박, 그 화려한 보상이 부럽고 탐나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을 닮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염불은 안중에 없고 잿밥에 눈독을 들이고 잿밥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우리의 성공개념, 여기에 성공이 자리할 수 있을까? 잿밥에 눈이 어두운 염불이 옳은 염불이 될 수 있을까? 성공이란 목적을 이루는 것인데, 목적이 분명치 않고 목적이 오염이 되어버렸는데, 성공이란 개념이 성립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의 성공개념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 내 인생을 걸 수 있는 문제를 분명히 하는 것, 잿밥이라는 보상에 눈이 팔리지 않게, 보상의 그림자에 물들지 않게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것, 거기에서부터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성공의 동력은 목적의 순도에 비례한다. 목적이 분명하고 깨끗하면 목적지의 번지수를 정확히 찾아갈 것이고 스스로 목적이 깨끗하지 않고 그늘이 짙다면 ‘번지 없는 주막’에서 인생을 소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 baeysoon@yumail.ac.kr |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백만 마리 모기 로봇을 달로 보낸다고? (0) | 2015.01.17 |
---|---|
공짜 점심 혹은 배려 (0) | 2015.01.16 |
14. 제일의상(第一義相) (0) | 2015.01.15 |
내가 그린 내 그림에 내 人生이 드러나네 (0) | 2015.01.15 |
가슴은 현재에 살고 머리는 과거에 산다 (0) | 201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