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조승찬 <신심명>
55.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하면 짓는 바가 모두 쉬어진다.
契心平等 所作俱息 (계심평등 소작구식)
푸른 눈의 달마는 소림굴에 묵묵히 앉았는데 碧眼老胡黙少林 (벽안노호묵소림)
눈 속에 선 신광은 다시 무엇을 구하는가 神光立雪更何尋 (신광입설갱하심)
산빛과 물 빛, 다른 것이 아니요 山光水色非他物 (산광수색비타물)
달빛과 맑은 바람, 이것이 부처,마음일세 月色風淸是佛心 (월색풍청시불심)
마음이 마음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랄 것이 따로 없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보고 있으니 보는 마음도 없고,
보이는 마음도 없고, 보는 일도 없습니다.
이것이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한 소식입니다.
한 생각 일으켜서 헤아리고 머리글려 알려고 한다면
본래 없는 마음을 일으켜 두 마음을 만들게 됩니다.
모두가 일 없는 곳에서 스스로 일을 지어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만리강산에 비로자나불이 누워있고 萬里江山毘盧臥 (만리강산비로와)
백가지 풀끝에서 관음보살이 춤을 춘다 百草頭上觀音舞 (백초두상관음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무생법을 설하고 山山水水說無生 (산산수수설무생)
꽃은 꽃대로 풀은 풀대로 스스로 광명을 놓는다 花花草草放自光 (화화초초방자광)
마음을 눈앞에 빤히 두고도
마음을 가지고 또다시 마음을 찾으니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의 생각과 아무 상관없이 드러나 있는 이 세상이
마음이 아니라면 무슨 마음이 따로 있겠습니까?
바로 지금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이 마음이 아니라면
무슨 부처의 마음과 깨달음의 성품이 따로 있겠습니까?
모두가 자기가 일으킨 생각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몸이 바다물 속에 있으면서 물을 찾지 말고 身在海中休覓水 (재신해중휴멱수)
날마다 산봉우리 위로 다니면서 산을 찾지 말라 日行嶺上莫尋山 (일행영산막심산)
꾀꼬리 울음과 제비의 지저귐이 다 비슷하니 鶯吟燕語皆相似 (원금연어개상사)
전삼삼과 더불어 후삼삼을 묻지 말라 莫問前三與後三 (막문전삼여후삼)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들으면서도 듣지 못하고,
느끼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알면서도 알지 못합니다.
보지 못하지만 이렇게 보고 있고, 듣지 못하지만 이렇게 듣고 있고,
느끼지 못하지만 이렇게 느끼고 있고,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하고 이러할 뿐 如如하고 다른 일이 없습니다.
물 속에서 목말라 죽고 밥통 속에서 굶어 죽으니 어찌 가엽지 않겠습니까?
하나의 빛이 동으로 팔천국토를 비추니 一光東照八千土 (일광동조팔천토)
산하대지가 태양처럼 밝아지도다 大地山河如杲日 (대지산하여고일)
이것이 곧 여래의 미묘한 법문이니 卽是如來微妙法 (즉시여래미묘법)
모름지기 밖을 향해 부질없이 찾지말라 不須向外謾尋覓 (불수향외만심멱)
- 몽지릴라 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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