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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현 - 아지랑이 / 어리석은 人生을 읊은 哲理詩

장백산-1 2015. 4. 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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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오현  -  아지랑이

어리석은 人生을 읊은 哲理詩

2015년 04월 13일 (월) 14:24:54김형중 ililsihoil1026@hanmail.net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四方은 虛空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平生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平生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아지랑이’

수행으로 얻은 깨침 통해  자신의 實相을 認識하고
 人生에 대한 觀照는 물론  見處 읊은 깨달음의 노래

 

오현(1932~) 스님의 詩는 불교의 심오한 思索과 깨달음의 세계를

일상적인 평이한 詩語로 쉽고 감동적으로 읊고 있다.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 ‘아득한 성자’가 하루살이의 삶을 통해 人生의 無常함을 일깨워준 詩라면, 공초 문학상 수상작 ‘아지랑이’는 固定不變하는 獨立的인 實體가 없는 虛像인 아지랑이를 쫓아 헤매는 부질없고 어리석은 人生을 읊은 哲理詩다. 中·高等學敎 敎科書에 수록된 作品이다.

大乘佛敎의 核心 思想이 공(空)이다. 선사(禪師)들이 말하는 깨달음이란 認識 作用의 主體가 되는 내 마음을 깨닫는 것이요, 現象世界의 事物들이 宇宙法界의 因緣 따라 生겨났다가 宇宙法界의 因緣이 다하면 사라지고 마는 固定不變하는 獨立的인 實體가 없는 텅~빈 空의 世界임을 깨닫는 것이다.

‘金剛經’에는 “一切의 모든 現象은 꿈, 幻想, 물거품, 그림자 같네. 이슬과 같고 또 번개와 같아라”하여 空 思想을 여섯 가지 固定된 實體가 없는 比喩로써 설명하고 있다. 人生은 구름 같고, 아침 이슬 같고, 꿈과 같다. 固定 不變하는 獨立的인 實體가 없는 虛像을 붙들고 아둥바둥 발버둥을 치다가 가는 것이 人生이다. 事實 實相을 깨닫고 보면 人生은 별 것이 아니다.

‘아지랑이’는 오도(悟道)의 世界인 空의 世界를 아지랑이란 詩語를 通해 멋지게 詩化하였다. 필자는 ‘아지랑이’를 求道者가 투철한 受行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自身이 處한 現實에 대한 實相을 認識하고, 人生에 대한 觀照와 견처(見處)를 읊은 깨달음의 노래라고 보고 싶다.

1연 1행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의 詩句는 백 척의 긴 장대 끝에서 한 발을 내딛느냐 마느냐 生死를 걸고 求道 一念으로 臨하는 修行者의 마음姿勢를 읊고 있다. 송나라 석상선사(986~1039)는 “백 척이나 되는 대나무 끝에 오르는 일이 貴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2연 1행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의 詩句에서는 드디어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충천 대장부의 기개를 보이고 있다. 이 詩를 살려내는 詩語가 ‘낭떠러지’와 ‘절벽’인데 시어가 신선하고 긴장감을 준다. 칡넝쿨을 生命 줄 삼아 우물 속에 매달려 있는 나그네에게 밤낮으로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칡넝쿨을 번갈아가면서 갉아먹고 있는 現實은 낭떠러지나 절벽처럼 위태롭다. 精神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삶이 우리의 人生이다. 修行者의 마음은 모름지기 이와 같아야 한다.

3행 ‘우습다’는 깨달음의 謙遜한 표현이다. 人生을 깨닫고 보니 내가 그 동안 固定 不變하는 獨立的인 實體가 없는 아지랑이를 붙잡기 위해서 발버둥친 것이 우습다. 깨닫고 보니 世上은 虛妄한 幻想과 같고, 물거품과 같다. 죽음을 등에 지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우리의 人生, 덧없는 財物,地位, 權力, 名譽, 長壽, 色欲를 쫓아서 살아가는 어리석은 人生이 아지랑이 人生이요, 虛空에 핀 虛空꽃을 찾는 虛妄한 人生이다.

오현 스님의 ‘아지랑이’는 불교의 悟道頌이나 禪詩가 전통적으로 漢詩 형식을 취하여 왔는데 本格的으로 한글詩로 읊은 점과 난해한 불교용어를 배제하고 日常的인 詩語를 選擇하여 一般 大衆의 곁으로 가깝게 다가간 점이  훌륭하다. 韓國文學史에서 最初로 詩調 詩型에 禪詩를 導入한 선구자로 ‘동방의 제일 시승(詩僧)’이다. 卍海 이후 ‘유심’의 복간을 통해 선시의 이론 정리와 창작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룬 시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만해의 진정한 후예이다.

김형중 동대부중 교감·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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