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김남조, 고독보다 깊은 사랑

장백산-1 2015. 6. 17. 23:02

 

 

 

 

저무는 날에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靈魂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만이

 

환한  촛불 같은 것

꿈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 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 싶던 그 마음도

세월 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 날엔 혼자인 것

靈魂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의 품 안에

눈 감는 것

 

     <김남조, 고독보다 깊은 사랑, 102-103, 영언문화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