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안수정등(岸樹井藤)

장백산-1 2015. 8. 19. 21:47

 

촌철살인의 비유, ‘불설비유경’ 
 

경전 중 가장 짧으면서 가장 유명, 복잡한 인생본질 몇마디로 적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쉬라바스티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에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승광왕(勝光王)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대왕을 위하여 한 가지 비유로써 生死의 맛과 그 근심스러움을 말하리니, 잘 듣고

잘 기억하시오. 한량없이 먼 겁 전에 어떤 사람이 廣野에 놀다가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겨 황급히 달아나

면서 의지할 데가 없었소. 그러다가 그는 어떤 우물이 있고 그 곁에 나무뿌리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소.

 

그는 곧 그 나무뿌리를 잡고 내려가 우물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소. 그 때 마침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가

그 나무뿌리를 번갈아 갉고 있었고, 그 우물 四方에는 네 마리 毒蛇가 그를 물려하였으며, 우물 밑에는

독룡(毒龍)이 있었소. 그는 그 독사가 몹시 두려웠고 나무뿌리가 끊어질까 걱정이었소. 그런데 그 나무에는

벌꿀이 있어서 다섯 방울이 입에 떨어지고 나무가 흔들리자 벌이 흩어져 내려와 그를 쏘았으며, 또 들에서는

불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소.”

 

왕은 말하였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면서 그 보잘 것 없는 맛을 탐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 廣野란 끝없는 무명(無明)의 긴 밤에 비유한 것이요, 그 사람은 衆生에 비유한 것이며

코끼리는 무상(無常)에, 우물은 生死에, 그 險한 언덕의 나무뿌리는 목숨에 비유한 것이요,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는 밤과 낮에, 나무뿌리를 갉는 것은 찰나찰나 목숨이 줄어드는 데, 네 마리 독사는 4大에

비유한 것이며, 벌꿀은 5欲에, 벌은 삿된 所見에, 불은 늙음과 病에, 독룡은 죽음에 비유한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알아야 하오. 생ㆍ노ㆍ병ㆍ사는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니, 언제나 그것을 명심하고

5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하오.”

 

그 때에 승광대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사의 근심스러움을 듣자 일찍이 알지 못했던 일이라

생사를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마음으로 우러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위해 이처럼 微妙한 法의 理致를 말씀하였사오니, 저는

지금부터 우러러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그 말대로 실행하고 방일하지 마시오.”

이때에 승광대왕과 대중들은 모두 다 환희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이것이 게송을 뺀 〈불설비유경〉의 전문이다. 게송이라 해야 앞서 산문으로 설한

비유의 내용을 반복해서 읊은 20구가 전부다.

 

이 경은 아마도 수많은 불교경전들 중에서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유명한 경전이 아닌가 싶다.

그 누구도, 形言하기 어려운 人生의 本質을 이토록 짧은 몇 마디로 이토록 예리하게 적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리고

그것으로 모자라 절간의 벽마다 그림으로 그려 전하고 있다.

 

이 경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삶과 쾌락,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죽음과 괴로움의 本質이 촌철살인의 비유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우리가 인생을 언제나 이렇게 直視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갈 길은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태연히 산다.

 

윤영해 /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