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 칼럼] 암송이 창의를 부른다
한국일보 | 입력2015.09.20. 07:17
역사상 가장 위대한 神學者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린 시절에 매우 열악한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 가면 고전을 송두리째 외우는 게 전부였다. 교재는 시인 베르길리우스, 소설가 아풀레이우스,
희극작가 테렌티우스 등이 남긴 라틴 고전작품들뿐이었다. 그 탓에 그는 科學과 歷史와 哲學을 배우
지 못했고, 당시 學者들이 사용하던 言語인 그리스어는 죽을 때까지도 익히지 못했다. 고대의 저명한
신학자들 가운데 그리스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뿐이다.
여기에 注目해야 할 것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이처럼 열악한 교육을 받은 탓에 오히려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가 통째로 암기한 작품들은 구어체로 쓰인 서사시와 산문이었는데 하
나같이 뛰어났다. 그 중에서도 로마의 詩人 베르길리우스의 문장은 더없이 훌륭했다. 훗날 이탈리아 르네
상스의 문을 연 단테도 그를 흠모하여 '神曲'에서 자기를 인도하는 스승으로 등장시킨 이 詩人은 "결코 실
수를 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칭찬을 받지 못할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않는" 인물이었다.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을 비롯한 라틴 고전문학은 마치 술통에 채워진 첫 포도주처럼 아우구스티누스의
精神에 '오랜 세월 동안 變치 않을 향기'를 남겼다. 複雜하고도 微妙한 人間의 感情을 간결하고 논리정연
하게 표현한 문장들을 철저히 외우는 교육을 받은 이 少年은 나중에 청중과 독자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불러일으켜 설득하는 口語體 言語의 達人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그가 평생 동안 이교도들과의
논쟁에서 상대를 무찌르거나, 수많은 저술과 설교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더할 수 없는 무기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낭송과 암송의 文化가 사라져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詩를, 그리고 演說文을 비롯한
散文들을 낭송하고 암송하자는 권유가 무척 생뚱맞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의
시들을 암송하며 理性的 人間으로 向하는 길을 닦았고, 우리 祖上들도 어릴 때부터 天字文에서 始作하여
한시(漢詩)와 四書三經을 낭송 또는 암송하며 君者의 길을 갔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옛 것이라고 모두 구닥다리가 아니다! 逆說的으로 들리겠지만 낭송과 암송이 創意性의 産室이다. 뛰어난
詩와 탁월한 散文들을 낭송하고 암송할 때, 우리의 腦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바둑기사들이 명인
들의 대국을 복기할 때, 동양화를 배우는 사람이 스승의 작품을 모사하거나, 작곡 공부를 하는 사람이
걸작들을 필사할 때(이 일에는 서양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J. S. 바흐가 전범이다)와 같은 現象이 일어난다.
腦神經學者들에 의하면 우리가 이러한 일들을 반복해서 할 때 腦는 대상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精神의 패턴'을 모방한다. 그럼으로써 言語를 배우고 學文을 익히고 藝術을 創造하게 한다.
우리의 腦가 어떤 式으로든 이 같은 精神의 패턴들을 모방하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언어와 학문과 예술을
익히고 창조할 수 있는 高次的 意識, 곧 高等 精神機能이 發達하지 못한다.
創意性은 단지 우리가 가진 高等精神機能의 一種이다. 그것을 無에서 有를 만들어내는 별난 能力으로 誤解
해서는 안 된다. 世上의 그 어떤 創意的 理論도, 發明品도, 藝術도 無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일 그런 有別
난 것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그것은 十中八九 有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必要한 創意性이란 旣存의
것을 時代的 要求에 부응하게끔 새롭게 하는 能力이다.
지난 3일 서울대에서 개최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세미나를 비롯해 근래에 곳곳에서 유사한 세미나와
포럼들이 열리고 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앞으로 인간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情緖的이고 創意的인 일을 해야만 한다는 데에는 異見이 없다. 그런데 당신이 가령 출퇴근 시간
에 아름다운 詩와 뛰어난 散文들을 조용히 낭송하거나 암송하는 낭만적인 일을 통해 그 能力을 기를 수 있
다면 다행스럽고도 멋진 일이 아닌가. 아이들에게도 필히 권해야 할 일인데, 때마침 가을이다.
당장 시작해보자!
김용규 철학자
이 기사 주소 http://media.daum.net/v/20150920071706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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